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12/02
때는 바야흐로 고등학교 3학년. 까마득한 옛날이죠.
입시생이라 늦게까지 학교에서 공부하다 버스를 탔습니다. 좌석버스였는데  안내양이 있던 시절이었지요.
종점에 가까워오자 안내양은 미리 앞에서부터 차비를 걷기 시작하더군요.
차비를 꺼내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어라? 주머니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놀라서 가방 구석구석까지 다 뒤져도 돈 한푼이 안 나오더군요.  이럴 리가 없는데... 너무 당황스럽고 어쩔 줄 몰라 다시 주머니마다 뒤지는데 하복이라 주머니가 딸랑 두개 밖에 없으니  더는 찾아 볼 데도 없었습니다.
온몸에 식은땀이 쫙 흐르고 눈 앞이 캄캄했습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바보스러울 만치 순진하고 수줍어빠진 소녀는 도저히 안내양한테 차비가 없단 말을 할 용기가 나지않았어요.
그러나 말을 안 할수는 없었죠. 차비가 없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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