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12
“그림과 시는 비와 눈처럼 닮았다. // 안개와 허기처럼, 그리움과 기차처럼 닮았다. // 밤과 다락처럼, 비밀과 그물처럼 닮았다. // 달과 고양이처럼, / 유령과 강물처럼, / 빨강과 파랑처럼 닮았다. // 그림과 시는 벽에 붙여놓을 수 있고, / 낱장으로 찢어 들고 다닐 수 있다. // 둘 다 사냥감을 종이 위에 ‘산 채로’ 데려와야 한다.” (p.11)
 김현 시인의 《걱정 말고 다녀와》라는 산문집이 있었다. 그 책에서 시인인 영화 감독 켄 로치를 끌어온다. 콜라보라고도 할 수 없고, 헌사라고도 할 수 없는 묘한 기록들로 가득한 책이었다. 알마 출판사의 ‘활자에 잠긴 시’ 시리즈 중 하나인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은 비슷한 방식으로 박연준 시인에 의해 프리다 칼로가 소환된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나는 본격적으로 그녀의 그림 몇 편을 시로 번역하는 일에 도전했다.’라고 말하며 이를 ‘그림 번역’이라고 이름 붙인다. 
 “... 사랑에 빠진 자는 자신을 이루고 있는 것이 전과 달라진 자다. 당신이 눈앞에 보이면 언제라도 ‘변질될 수 있는 자세’를 취하러 세포 하나하나가 준비하고 있는 자, 존재의 근육이 유연해진 사람이다. 사랑이 침입했을 때 즉시, 온몸에 당신이 전이되어 ‘타자로 감염된 존재’가 되는 사람, 그래서 사랑에 빠진 자는 중심을 못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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