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리스트] 다른 방식으로 일하기
2022/09/16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고 나서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재택이 일상화됐고 비대면 화상회의에 익숙해졌죠. 출근과 퇴근이 더 이상 노동의 전제조건일 수 없는 세상. 이제 우리는 더 나은 방식의 노동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콘텐츠 5편을 소개합니다.
완벽주의는 백해무익
완벽주의자랑 같이 일한다고 해봅시다. 조금은 깐깐하더라도 업무적 성과는 뛰어날 것 같죠. 그런데 실상은 달랐습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완벽주의는 업무 성과에도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정신 건강을 해치는 건 물론이고요.
첫번째 근거는 디지털 제품 개발 방식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디지털 제품 개발은 ‘최소기능제품(MVP)’이라는 개념을 따릅니다. ‘최소기능제품'은 최소한의 기능만 갖춘 시제품을 개발해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피드백을 수집하는 방식입니다. 시제품을 사용한 얼리어댑터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제품을 점차적으로 개선해 나가죠. 효율성과 실행력에 바탕을 둔 이러한 방식은 반완벽주의를 표방합니다. 완벽주의자에겐 어색하기만한 방식이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완벽주의는 팀의 화합을 깨뜨리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020년 독일 마르부르크 필리프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완벽주의자들을 사회적 기술이 부족하고 호감이 덜 가는 사람으로 평가했습니다. 완벽주의자들이 더 유능한 사람들로 평가되긴 했지만, 사람들은 꼭 능력 있는 동료를 좋아하는 건 아녔습니다. 연구진은 점점 더 많은 업무가 소그룹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능력있는 동료보다는 서로에 대한 호감이 있을 때 팀의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죠.
완벽주의를 지양할 근거들을 찾았으니, 완벽주의에 부합하는 높은 기준을 희생해야 하는 걸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뭔가를 잘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창의력 사고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막연한 완벽함은 버리고 기대되는 업무의 수준을 분명하게 정해 소통할 수 있겠습니다.
“완벽주의는 오늘날 제품을 개발하거나 직원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직원이나 근로자들을 통솔하는 방식과 점점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 되어가고 있다.“
직업 만족도를 높이고 싶다면 돈보다도 기업 문화를 살펴봐야 한다
높은 연봉이 행복한 회사 생활을 보장할까요? 놀랍게도 급여 수준보다도 기업 문화가 직업 만족도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팬실베니아 대학의 한 논문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직무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3대 요소는 존중, 워라밸, 사기였습니다. 이는 기업 문화에 해당되는 항목들이죠. 한 채용정보 사이트의 설문조사에서도 직장인들의 퇴사 이유 1위로 자신과 맞지 않는 기업 문화가 꼽혔습니다.
문제는 기업 문화를 외부인이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 조직의 문화를 이해하려면 조직 안에 있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럼에도 변화하는 추세 속 기업 문화를 전략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방법들이 있었습니다.
첫째로는 기업을 소개하는 문구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몇몇 기업은 추구하는 가치를 핵심 단어 몇 가지로 정리해 공개합니다. 어떤 기업들은 핵심 단어의 머리글자만을 따 하나의 슬로건을 만들기도 하죠. 단어들의 묶음만으로 실제 기업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이런 슬로건을 살펴보는 것이 어떠한 힌트가 될 것입니다. 또 가치를 명문화했다는 것이 기업 문화에 대한 고민을 신중하게 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새 CEO가 취임했다거나 경영진이 바뀌었다거나 하는 등, 기업의 핵심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 됩니다. 지난 2017년 우버에는 다라 코스로샤히가 새 CEO로 취임했습니다. 코스로샤히는 기존 경영진이 내걸었던 야망 가득한 가치를 합리적인 것으로 바꿨습니다. ‘능력 우선주의와 적극적인 반대 의견 개진’이라는 가치는 ‘위계질서보다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로 대체됐죠. 이에 따른 기업 문화의 변화도 예상해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겪어낸 기업들의 원격 근무에 대한 정책을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 됩니다. 이는 워라밸에 대한 회사 경영진의 시각을 엿볼 기회가 될 것입니다.
SNS의 부상 또한 기업 문화 파악을 도왔습니다. 요즘 회사 리더들은 다양한 SNS 채널에서 활발한 활동을 합니다. 트윗을 날리고, 어색한 동영상을 만드는 식이죠.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퍼센트가 이직을 고민할 때 이직을 생각하는 회사 대표의 SNS 계정을 살펴본다고 합니다. SNS에 드러나는 모습을 힌트로 하여 한 기업의 리더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고 기업 문화에 대한 실마리를 얻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미국의 글래스도어, 국내의 잡플래닛과 같은 직장 평가 사이트를 참고해도 좋습니다. 전·현직원들의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간 좋고 나쁜 평가들 사이에서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간혹 앙심을 품은 전직원의 극단적인 평가를 맞닥뜨릴 수도 있죠. 하지만 리서치 기업 기업생산성연구소의 케빈 오스크는 이러한 평가들에 ‘진실의 조각’이 담겨있다고 주장합니다. 조각들을 모으면 앞뒤가 들어맞고, 기업 문화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거죠.
“‘기업 문화는 아침 식사로 전략을 먹는다(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라는 말이 있다. 기업 문화는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 구성원을 몰아낸다.“
‘진짜’ 가치 있는 사내 복지를 찾아서
아웃스탠딩이 가지각색의 대표 사내 복지 9개를 분석했습니다. 필자의 주관이 들어갔지만 읽다 보면 누구나 겪어봤을 사내 복지인지라 ‘나는 평소 각 사내 복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를 점검할 수 있습니다. 다소 부수적으로 느껴지는 간식 제공부터 우리 삶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직원 대출까지 국내 기업에서 볼 수 있는 대표 사내 복지를 분석했습니다.
필자는 결론적으로 의미와 지속성이 담보되는 사내 복지가 좋은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한 예로 토스의 주택자금 무이자 대출 복지가 있습니다. 내 일을 편하게 만들어주는지, 내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내 삶에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봤을 때 사내 복지의 의미가 부수적인지 핵심적인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사내 복지에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현실적인 수준에서 고려해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비용을 고려했을 때 사내복지의 지속성을 따질 수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사내 복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지만, 의견을 내 볼 수는 있겠습니다. 이직을 고민하는데 회사를 선택하는 데 애를 먹는다면, 사내 복지를 하나의 기준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죠. 이 기사의 말미에는 한눈에 보기 좋게 정리한 표가 등장하죠.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가볍게 훑어보기 좋습니다.
“우리는 복지를 누리기 위해서가 아닌 일을 하기 위해 출근합니다. 내가 의미를 갖고 효율적이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도와주며, 지속될 수 있는 사내복지는 대환영입니다.“
미국에서 난리난 신조어 ‘조용한 퇴직’, 그게 대체 뭐길래?
미국에서 ‘조용한 퇴직’이라는 신조어가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조용한 퇴직’이란 직장을 완전히 그만두는 게 아니라, 회사에서 주어진 일 이상의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최소한의 일을 하는 것을 뜻하죠. 한 유명 틱톡커의 게시물에서 시작되어 유행이 퍼졌고, 월스트리트 저널 헤드라인, 가디언 기사 등에 올랐죠.
어떤 이들은 ‘조용한 퇴직’이라는 용어가 생긴 것이 당혹스럽다고 느꼈습니다. 어째서 출근해서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주어진 업무를 하는 평범한 일상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가 등장했는지 의문을 품은 것이죠. 한편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조용한 퇴직’을 원하지만 직업 특성상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의사나 교사는 직업 특성상 소명 의식을 갖지 않고 쉬운 길을 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HR 전문가 니키 마일즈에겐 이 신조어는 많은 질문을 안겨주는 존재가 됐습니다. 그녀는 ‘조용한 퇴직’ 때문에 사람들이 소속감과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하게 될까 우려했습니다. 일주일 중 5일 혹은 그 이상을 일하는데, 일에서 한발 물러나 소극적인 태도로 최소한의 일만을 하겠다는 ‘조용한 퇴직자들’의 삶은 암울할 것이라 전망했죠.
몇 년 전부터 일상적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워라밸’이라는 말의 유행도, 미국에서 퍼지고 있는 신조어 ‘조용한 퇴직’의 등장도 모두 일을 위해 인생의 다른 것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이들은 당혹스러워한다. 어째서 단지 출근해서, 비록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자기 일을 하는 것과 같은 평범한 일상을 설명하기 위해 용어까지 필요한가?“
회사에서 감정을 드러내도 되나요?
최근 한 회사의 대표가 직원 두 명을 해고하고 눈물 흘리는 모습을 담은 셀카를 SNS에 올려 화제됐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세일즈 및 마케팅 회사 하이퍼소셜을 운영하는 브래이든 윌레이크. 그는 ‘눈물 셀카’를 올리면서 “저는 그저 사람들이 모든 CEO가 냉정하지 않다는 걸 보았으면 했습니다. 저는 직원들에게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하는 게 프로답지 못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직원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기를 바랍니다”라고 했죠.
이 게시물은 그 자체로 논란이 됐죠. 만 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고, 그중 많은 사람들은 해고된 직원이 고통을 겪는 순간에도 윌레이크가 자기 연민만 강조했다며 비난했습니다. 반면 그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놀랍게도 바로 윌레이크가 해고한 직원 중 한 명인 노아 스미스였죠. 노아 스미스는 모든 CEO가 냉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려 한 윌레이크가 삶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이라며 그를 지지했습니다.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감정적인 소통을 시도한 것은 윌레이크뿐이 아니었습니다. 최근 회사 내 감정 소통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시도가 이뤄지고 있죠. 경영 부문 베스트셀러에는 정서 지능과 취약성 드러내기를 옹호하는 브렌 브라운의 <리더의 용기>가 올라있습니다. 임부복을 판매하는 스타트업 해치(Hatch)의 창립자 아리안 골드만은 올해 여름 일어난 경제적 격동을 지나며 ‘직원들과 적절한 감정 나누기’를 도전했습니다. 회사가 겪고 있는 경제 침체 상황을 솔직하게 소통하면서도 자신의 불안을 팀원들은 느끼지 않도록 하는, 쉽지 않은 줄타기를 했죠. 골드만은 그런 시도를 한 이유에 대해 “원하는 대로 좋게 포장해서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직원들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갈것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회사 내 감정 소통에 대해서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워싱턴에서 통신 분야에 근무 중인 줄리 브로스넌은 친구들이 있는 그룹 채팅방에서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동료들이 너무 많은 사생활을 공유할 것을 요구한다고 느끼는 반면 다른 이들은 팀원들과 소원하다고 느꼈죠.
사람들의 대립되는 반응을 지켜본 브로스넌은 회사 내 감정 소통의 적절한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를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고민 끝에 나름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브로스넌은 사생활의 공유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동료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제 아이의 사진을 공유해야 될 거라는 기대도 없고, 제가 왜 유급휴가를 쓰는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걸 강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만약 동료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우리는 모두 열린 자세로 들어줄 준비가 돼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에 새로운 일을 시작한 브로스넌은 마침내 딱 적당한 지점을 찾았다. 그녀는 ‘제 아이의 사진을 공유해야 될 거라는 기대도 없고, 제가 왜 유급휴가를 쓰는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라며, ‘우리는 그걸 강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만약 동료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우리는 모두 열린 자세로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업은 상명하복, 권위적인 마인드가 아직도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부터
뿌리 뽑는 게 우선이라고 봐요.
우리나라의 기업은 상명하복, 권위적인 마인드가 아직도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부터
뿌리 뽑는 게 우선이라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