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아침 詩食會
2023/11/04
물보라
박지일
내키는 대로 눈장수는 중얼하라 ; 시원하군, 시원해, 발 닿지 않는 열탕에 정수리까지 잠겨 마음껏 하는 발버둥질이라니, 뽀글뽀글, 젖지 않을 책을 나는 푹 젖은 채로 읽지, 바스코 포파는 작은 상자를 조심하라고 내게 일러주었으니 뽀글뽀글 ; 바로 나를 희롱하듯 눈앞에 떠도는 이 기포를 말하는 것이었으리라, 작은 상자도 편함만 추구하여 영상 속으로 달아났고 나는 기포를 재생하고 말다 ; 오늘은 달이 뜨렸다, 눈장수는 눈을 봇짐 삼아 노새에게 이고 겨울로 간다 ; 과체중한 눈장수는 몇 보도 못 채우고 숨 고르는 것이 예삿일이며 성정이 예민한 탓에 눈앞의 잎사귀와 보이지 않는 잎사귀, 내리는 눈과 내리지 않는 눈, 밤과 지나간 밤 그리고 발자국...
오늘 시식 은 왠지 검은탄광에서 먹는 눈물머금은 식단이네요.
우리가 하는 식사는 언제나 장례식이었군요.
오늘 시식 은 왠지 검은탄광에서 먹는 눈물머금은 식단이네요.
우리가 하는 식사는 언제나 장례식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