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의 멘탈 호신술 -프롤로그-

저는 돈에 굉장히 무관심합니다. 정확히는 물욕이 거의 없습니다. 컴퓨터는 8년 전 30만원 주고 맞춘 본체와 10만원짜리 모니터를 쓰고, 노트북도 12만원짜리 중고를 씁니다. 식욕도 별로 없어 아침저녁으로 땅콩버터와 식빵, 바나나와 단백질 보충제를 주로 먹습니다. 연애나 멋부림도 관심 없고, 자차 역시 생각해본 적 없어 31년 내내 뚜벅이 신세입니다. 어찌보면 자본주의 안에서 생존에 아주아주 유리한 특성인 셈이죠.

사실 본래 이런 최소주의자까진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돈이 좀 벌렸을 땐 시계도 사고 헤어스타일을 꾸미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다 언제부터 돈에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되었느냐면, 팟캐스트에서 기자 한 분을 알게 된 후였습니다. 요즘은 건강 문제로 활동이 뜸해지셨습니다만. 여전히 많은 시민들에게 존경받는 이완배 기자님은 제 롤모델이기도 합니다. 풍부한 지식으로, 현황과 연결 지어서, 누가 읽어도 알아들을 수 있게 쉽게 기사를 쓰시지요.
현우네 가보 1호

재난의 경제학 : 왜 재난은 시장이 아닌 공공이 담당해야 하나 
http://www.vop.co.kr/A00001398179.html
http://www.vop.co.kr/A00001225301.html

의대생들의 국시 구제 논란, 그들은 애초부터 절박하지 않았다
https://www.vop.co.kr/A00001521479.html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최고의 주류경제학적 해법이 있다
http://www.vop.co.kr/A00001365025.html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리차드 탈러, 그는 왜 ‘넛지’를 말했나?
http://www.vop.co.kr/A00001209999.html

행동경제학의 관점으로 본 안철수와 증거조작 스캔들
http://www.vop.co.kr/A00001179933.html

 글 몇 번만 훑어봐도 아시겠지만 어마어마하게 왼쪽에 계신 분인데요. 이 분 기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분야가 지금부터 계속해서 다뤄나갈 주제. 행동 경제학입니다. 행동 경제학은 인간이 이기적-합리적이라는 전제로 시작하는 주류 경제학을 전면부정합니다. 숫자만 난무했던 학문에 심리학을 넣은 거죠. 실제로 인간은 열심히 번 돈을 굉장히 멍청하게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을 쓰는 천현우도 “비싸면 좋겠지 뭘”하고 20만원대 런닝화를 샀다가 물집만 잡히고 신발장에 처박아놨죠. 한국에선 넛지로 유명한 리처드 탈러가 바로 행동 경제학의 대가 중 한 명인데요. 이 영감님이 17년에 노벨상을 탔는데, 그 전에 이 분야로 먼저 노벨상 타먹은 분이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고인이 된 아모스 트버스키)이 2002년에 [전망 이론]을 발표해 메달을 목에 걸었지요. 말 나온 김에 잠깐 얼룩커 여러분께 질문 한 번 올려보겠습니다.
 
2) 둘 중 무엇을 선택하시겠어요? 어 왜 두 번 쳐지지
확실히 90만원을 얻는다 vs 90% 확률로 100만원을 얻는다.
2) 둘 중 무엇을 선택하시겠어요? 어 왜 두 번 쳐지지
확실히 90만원을 잃는다 vs 90% 확률로 100만원을 잃는다. 

 첫 번째 물음엔 대부분이 전자를 꼽을 겁니다. 굳이 도박할 이유가 없이 확실한 이익을 추구하지요. 반대로 두 번째 물음엔 후자를 꼽습니다. 이익을 얻는 상황에선 손실을 피하고 싶어하지만, 손해를 볼 상황에선 오히려 도박을 하게 된다는 거죠. 합리적 인간만 즐비한 주류 경제학에선 결코 나올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러한 선택편향을 설명한 게 바로 [전망 이론]입니다.

전망이론 그래프. 이익날 땐 효용이 천천히 늘지만, 손해 볼 땐 그야말로 꼬라박는다. 즉 인간은 손실에 훨씬 민감하다.

카너먼은 행동경제학 창시자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긍정심리학의 대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전 사실 그가 긍정심리학에 무슨 영향을 미쳤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왜 하필 긍정심리학을 병행했는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전 20대를 빚더미 안에서 살았고,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나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행동경제학을 알고 나서 여러 의문에 대해 제 나름의 답을 찾아냈으니까요. 이거 배운다고 행복해질 순 없지만 불행을 회피하는 방법은 많이 알게 됩니다. 대부분 불행의 근원은 돈에서 오므로, 인간이 그 돈을 어떻게 생각하고 사용하는지 알게 되면, 최대한 돈을 자기 입맛에 맞게 이용할 수 있거든요. 저는 이러한 심리무장을 ‘멘탈 호신술’이라 명명했는데요. 얼룩커 여러분께 행동경제학을 통한 ‘가난해도 안 불행해질 방법’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