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의 여자 귀신 - 어쩌다 역사

이문영
이문영 인증된 계정 · 초록불의 잡학다식
2024/01/30
귀신 중에 가장 무서운 귀신은 손각시라는 말이 있다. 손각시라는 말의 어원은 무엇일까? 

'손'은 본래 해로운 무엇을 가리키는 말이다. 손님이라는 것이 일상세계에서는 좋은 의미일 수 있지만 저 너머의 세계에서 오는 손님은 무시무시한 무엇이다. 손각시란 손의 정체성을 가진 여자=각시인 것이다. 

'각시'는 젊은 여자를 가리킨다. 흔히 결혼한 여자를 부르는 호칭으로 알지만 결혼 여부는 가리지 않는다. 손각시는 처녀귀신과 동격으로도 많이 쓰이는데, 이때의 '처녀'란 결혼하지 않은 여자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다. 처녀귀신이라는 말을 언제부터 썼는지 궁금한데 자료를 찾지 못했다.

손각시의 별칭으로는 손말명도 있다. 말명은 신의 이름 중 하나다로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왔다. 이익의 <성호사설>에 만명신(萬明神)이 나오는데, 말명이 여기서 온 말로 보기도 한다. 만명은 신라 김유신의 어머니 이름이다. 즉 여자 신령으로 만명이 있었고, 여기서 말명이라는 신이 등장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여신의 대명사로 사용된 셈인데, 여기에 '손'이 붙음으로써 해로운 여신이 탄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말명신은 조상 숭배와 관련이 있는데, 손각시는 후손을 낳지 못한 불완전한 존재이다. 만명은 결혼 허락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서현과 달아나 김유신을 가졌다. 생산을 위해 규칙을 파기한 존재로 그만큼 강력한 생명력을 뽐내는 존재인데, 손각시는 생명과 단절된 존재라는 점에서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송씨저宋氏姐가 나오는데, 송씨저는 남성 성기 모양을 달아놓은 부근당에서 모시는 신령이다. 이능화는 이 송씨저와 손각시가 동일한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당산동에 선유봉이라는 곳이 있고 여기 처녀와 강화도 처녀는 손각시 귀신을 믿어서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손각시 귀신을 새별산신이라고 부른다. 본래 손씨 집안에 처녀였는데 출가하지 못하고 죽은 뒤 신이 되었다. 시집 가는 집에서는 무당을 불러 굿을 하여 원한을 달래야 했다. 집안에 모시기도 했는데 비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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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텔·이글루스에서 사이비•유사역사학들의 주장이 왜 잘못인지 설명해온 초록불입니다. 역사학 관련 글을 모아서 <유사역사학 비판>, <우리가 오해한 한국사>와 같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역사를 시민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책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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