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우리를 사용한다(인문학 - 언어학05)

badacopy
badacopy · 작가, 강사
2024/02/17
우리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우리를 사용한다
-언어의 상대성 이론
Illustration: Christine Daniloff/MIT
인간의 사고는 모국어의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은 20세기 중반에 사피어-워프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이런 사고방식의 역사를 짚어보면 고대 인도와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 생각은 임마뉴엘 칸트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왔다. 

그러던 것이 18세기 말 19세기 중반의 로맨티시즘 시대에 들어 좀 더 강해진다. 그 이유는 민족국가를 만들어 내려 했던 시대적인 요구와 깊은 관계가 있다. 민족은 대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그래서 사고방식이 비슷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로 구성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로맨티시즘과 민족주의와의 관계는 ‘역사’를 다룰 때 자세히 설명하겠다. 

언어의 상대성 이론은 인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란츠 보아스의 제자인 에드워드 사피어가 인디언 언어를 연구하면서 나온 이야기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현실 세계는 우리가 속한 집단의 언어라는 기반 위에 만들어진다. 말하자면 모국어에 의한 관점과 해석 방식이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경험하게 만들며, 그 경험을 해석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도의 주장이라면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피어의 제자인 벤자민 리 워프는 한 발 더 나아간다. 

우리는 모국어의 개념에 맞추어 이 세상을 본다. 사용하는 언어의 통제가 절대적이다. 만일 정말 자유롭게 생각하려면 다양한 언어 체계에 익숙한 언어학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의 사고는 모국어라는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어에 갇혀 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제기는 이유가 있다.
이런 주장은 상식적으로 보아도 ‘지나치다’. 게다가 워프가 이런 결론에 이르는 근거가 그다지 논리적이지 않았다. 학자들은 그의 논증의 수준부터 문제 삼았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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