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봉側鋒의 불경스러움

ACCI
ACCI · 글과 글씨를 씁니다.
2023/06/12
"아니, 붓을 그렇게 기울이면 어떡해요!? 그건 서예가 아니잖아요!"

대학생 시절
인사동 길거리에 앉아 있으면 이런 시비를 걸어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죄다 서예를 전공했다는 사람들이었다. 매번 왜 저러나 싶었지만 어딘가 외로워 보여 차갑게 대하진 않았던 기억이 난다.

"가격은 손님 맘? 차암 나. 제 맘대로 드리면 되죠? 저도 하나 써 주세요!"

그녀는 화난 얼굴로 ‘얼마나 잘 쓰나 보자!’ 팔짱을 낀 채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그녀를 저토록 화나게 한 것이 무엇일까... 강남에서 뺨을 맞고 인사동에서 화풀이 중인가... 내심 궁금해하며 그녀를 위한 글씨를 천천히 적었다. 글씨를 받아 든 그녀는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지갑에서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 내가 앉아있던 돌 위에 던졌다.

그녀는 고통 속에 있었다.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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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음악, 인문, 산책에 심취하며 캘리그래피와 통/번역을 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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