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 무릎 꿇다 6]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마르크스 입문서 -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2024/03/28
고등학생일 때 마르크스를 처음 접했다. 저작을 읽거나 사상을 공부했던 건 아니고, 참가했던 모임의 학생들이 『공산당 선언』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한구석에서 들은 것에 불과했다. ‘운동권’이라 할 수 있는 고등학생들의 모임에 깍두기처럼 참여하다 말다 했던 건 진지한 얼굴로 혁명을 논하는 학생들이 근사해 보였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었기에, ‘이제부턴 진심으로 혁명을 믿고, 민중봉기의 도래를 믿고, 나를 투신해야지!’ 결심하고 참가했지만, 막상 모임에 가면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오기 일쑤였다. 전위가 어떻고 레닌이 어떻고 하는 말들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들려서 아무리 노력해도 대화에 온전히 빠져들 수 없었다.
대학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입학과 동시에 ‘미제의 압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해방 전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의 포화에 휩싸였고, 우루과이 라운드 반대 시위 같은 데 따라다니며 최루탄 연기를 마셨지만, 나는 본격적으로 운동권에 편입해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가봤던 술집을 품평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시위에 가고 ‘불온서적’을 읽는 게 더 멋있어 보였기에, 운동권이라 불리는 이들의 주위를 계속 맴돌았다. 운동권이라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십대와 이십대를 보냈던 셈이다.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던 이십대 후반, 비로소 사회학과 인문학 도서를 ‘자발적으로’ 손에 잡았다. 세상의 쓴맛, 아픈 맛, 치사한 맛을 보며 제 손으로 돈을 벌게 되자, 선배들이 쥐어주던 책을 억지로 읽을 때와 달리 책 속 활자들과 뜨겁게 조우하며 독서에 빠져들 수 있었다. 스스로 자신을 벌어먹이는 가운데 시간을 쪼개가며 하는 독서는 그 어느 때 했던 독서보다도 본질적이고 치명적인 색깔을 띠었다. 회사에 다니는 틈틈이 이런저런 독서 모임에 참여해 사회학 책들을 추천받아 읽었는데, 어느 순간이면 어김없이 마르크스의 ...
2013년 장편소설 『모던하트』로 제1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잠실동 사람들』, 『맨얼굴의 사랑』,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에세이 『엄마의 독서』,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논픽션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