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역사책을 찾아서 (7)

이문영
이문영 인증된 계정 · 초록불의 잡학다식
2023/07/23
경상대 명예교수 려증동이라는 사람이 있다. ‘여’라는 성을 ‘려’라 쓰고 한자도 呂가 아니라 吕를 사용한다. 두음법칙은 ‘일본고정간첩’ 이희승과 이숭녕이 만든 해괴한 것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덕일이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얼른 식민국어학자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한자를 吕로 쓰는 이유는,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든 뒤에 어떤 사람이 呂 대감을 ᄆᆞᆷ(맘) 대감이라고 읽겠다고 하자 세종이 그럼 呂의 줄을 없앤 吕로 쓰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때 지칭된 여 대감은 조선 초에 벼슬을 한 여칭(呂稱, 1350~1423)을 가리킨다. 려증동은 여칭이 태종을 습격한 호랑이를 활로 쏘아 죽인 공이 있다고 적었는데, 이건 태종이 정안군 시절에 김덕생이 표범을 쏘아 죽인 사건을 자기 조상 공으로 위조한 것이다.
   
이 사람의 괴상한 주장 하나를 보자.
   
한글은 가림토문자에서 온 것이고 세종의 딸인 정의공주가 도와서 만들었다는 주장을 한다. 그 증거로 내미는 것 중 하나가 <원각선종 석보> 제1권이라는 것이다. 세종 20년(1438)에 찍은 목판본이라는 것이다.
원각선종석보 제1권 (네이버 야운처사 블로그 이미지)
세종 20년(1438)에 찍은 목판본이라는 것이다. 려증동은 이 책을 해인사의 일타선사가 1999년 7월 어느날에 보내주었다고 주장했다. 려증동은 이미 1988년 8월 어느날에 일타선사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인연으로 책을 보내주었다는 것인데, 그때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일타선사는 1999년 11월에 죽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세종 20년, 훈민정음 창제 이전에 훈민정음으로 인쇄된 책이 있다면 그건 바로 국보감이다. 그럼 이 책은 국보가 되었을까?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누가 봐도 위서가 분명한 책이기 때문이다.

려증동은 국보인 <훈민정음 해례본>은 위서라고 주장한다. 오구라 신페이(小倉進平)가 간송 전형필에게 위서를 만들어 팔아넘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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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텔·이글루스에서 사이비•유사역사학들의 주장이 왜 잘못인지 설명해온 초록불입니다. 역사학 관련 글을 모아서 <유사역사학 비판>, <우리가 오해한 한국사>와 같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역사를 시민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책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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