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델리, '염소다리 구이'

곽경훈
곽경훈 인증된 계정 · 작가 겸 의사
2023/02/01
인도 델리, ‘염소다리 구이’
   
1.
지방이 지글거리며 타는 냄새는 식욕을 자극한다. 다만 후라이팬에 지나치게 많이 두른 식용유가 연기를 풀풀날리며 타는 냄새는 예외다. 붉은 고기에서 흘러나온 지방이 숯불에 떨어져 '치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내뿜는 냄새야말로 입 안 가득 침을 고이게 하며 첫 입을 배어 물었을 때 뜨겁고 부드럽고 고소한 그 느낌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때도 그랬다. 땅 위의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처럼 내리쬐던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모스크의 둥근 지붕과 뽀죡한 탑의 윤곽만 보일 만큼 어둠이 내려앉자 시장은 오히려 활기를 찾았다. 그러나 바람이 만들어지지 않는 공기는 여전히 뜨거웠고 나는 낮 동안 흘린 땀과 뒤집어 쓴 먼지로 꼬질꼬질했다. 또 노점에서 산 생수로 갈증을 달래니 참을 수 없는 허기가 몰려왔다. 바로 그때 지방이 지글거리며 타는 냄새, 붉은 고기의 지방에서 방울방울 흘러내린 액체가 숯불에 떨어져 피어오르는 '천상의 냄새'가 코 끝을 자극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냄새를 따라 시장 깊숙이 이어지는 길고 꼬불꼬불한 미로를 걷기 시작했다. 

한참을 걷자 낡은 간판과 간판보다 낡은 건물이 묘하게 어울리는 식당이 나타났다. 밖에서도 식당 한 켠에서 꼬챙이에 달린 고기를 숯불에 굽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냄새가 길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 소매치기와 도적에 대한 온갖 괴소문이 만든 공포를 이겨내고 미로 같은 길을 걷게 만든 원인이었다.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자 의자와 식탁에서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손님 대부분은 외국인이 아니었고 그들의 접시를 살펴보니 반죽한 고기를 꼬챙이에 꿰어 숯불에 굽는 것이 가장 인기있는 요리인 듯 했다. 그러나 그런 반죽한 고기에는 만족할 수 없었다. 지난 며칠 동안 고기다운 고기를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우멘이나 커리에 섞인 조그마한 조각이 먹은 고기의 전부였다. 음식의 대부분은 식물성이었고 심지어 튀김 만두처럼 생긴 음식의 내용물도 콩, 감자, 향신료였다. 그래서 나는 ...
곽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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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권의 메디컬에세이를 쓴 작가 겸 의사입니다. 쓸데없이 딴지걸고 독설을 퍼붓는 취미가 있습니다. <응급실의 소크라테스>,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 <반항하는 의사들>, <날마다 응급실>, <의사 노빈손과 위기일발 응급의료센터> 등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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