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중일기] 알바트로스와 단데기

최지수
최지수 인증된 계정 · 전세지옥, 선상일기 저자입니다.
2024/01/26
아침 일을 마치고 방에 들어가기 전 언제나 그랬듯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비상구로 나가 바다를 바라본다. 몽롱했던 정신이 바다를 보며 바닷바람을 맞으니 맑아진다. 눈앞 하늘에는 구름이 껴있다. 배와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의 바다 위 하늘에는 구름이 없어 태양 빛이 뻥 뚫린 대기를 뚫고 바다를 비춘다. 아침의 주황빛 햇살이 구름 사이로 삐져나온다. 학창 시절의 어느 볕 좋은 날 빛을 한껏 받은 교실의 포근한 커튼을 보는 듯하다. 바닷바람이 커튼을 뚫고 들어오는 산들바람처럼 따듯하고 황홀하게 느껴진다.

   
새 한 마리가 보인다. 갈매기가 배를 잘못 타서 인도양 위 배라는 섬에 꼼짝없이 갇혔구나. 밥은 잘 먹고 다니는 걸까, 마치 나를 보는 듯 측은함이 들려는 찰나에 내 눈앞을 지나간다. 이 새는 알바트로스다! 날개를 펴면 최대 4M로 날 수 있는 새 중 가장 긴 날개를 가졌으며 대양을 건널 수 있는 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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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를 당했고 그 피눈물 나는 820일의 기록을 책으로 적었습니다. 그 책의 목소리가 붕괴돼버린 전셋법 개정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길 바랍니다. 그 후, 꿈을 이루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배를 탔고 선상에서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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