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과 상상] <인셉션>과 초현실주의

허남웅
허남웅 인증된 계정 · 영화평론가
2024/03/18

영화 <인셉션>은 타인의 꿈속에 잠입해 생각을 심거나 혹은 훔쳐 오는 이들의 활약을 담았다. 데뷔작 <미행>(1998) 이후 놀란 최초의 오리지널 시나리오인 <인셉션>의 콘셉트는 따지고 보면 그렇게 새롭지 않다. 꿈의 세계에 접속해 생각을 읽는다거나 조작한다는 내용은 이미 타셈 싱의 <더 셀>(2000),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미셸 공드리의 <이터널 선샤인>(2004) 등의 영화나 로저 젤라즈니의 <드림 마스터>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 등의 소설에서 다뤘다. 또한, 팀원 각자의 장기를 살린 치밀한 계획을 통해 임무를 완수한다는 설정은 <오션스 일레븐>(2011)과 같은 하이스트 무비와 닮았다. 심지어 <인셉션>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제삼자를 끌어들인 후 상황을 ‘조작해’ 뒤집어씌우는 <미행>의 이야기를 꿈의 구조로 번안한 것에 가깝다. (두 작품의 주인공 이름은 코브로 동일하고, 극 중 역할 또한 도둑으로 모두 같다!) 

대신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형식 속에 쌓아 올려 새롭게 만들기를 즐겼다. 시간과 공간을 교란한 편집으로 비선형적 서술을 선보였던 <미행>,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의 처지를 관객에게 이입시키려고 7개의 에피소드를 10분씩 시간 역순으로 진행한 <메멘토>(2000), 허구의 코믹스에 사실주의를 접목한 <배트맨 비긴즈>(2005)와 <다크 나이트>(2008)까지, 놀란의 연출은 설계자의 그것과 무척이나 닮았다. <인셉션>도 내용이 아니라 형식과 구조로 승부를 보는 영화다. 꿈속을 탐구하는 영화답게, 그것도 꿈속의 꿈, 더 나아가 꿈속의 꿈속의 꿈으로 확장하며 아예 다중의 꿈을 통해 영화적인 미로를 설계한다.
https://www.movist.com/movist3d/read.asp?type=24&type2=&id=18141&page=1
극 중 미로의 구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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