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하루를 만드는 법이란

유태하
유태하 · 창작중
2024/02/17
 맑고 별다른 일 없는 휴일에 침대에 늘어져 있었다. 마음을 놓고 푹 늘어져 있는 건 좋지만, 일어나기 귀찮다고 12시간 씩 잠자는 시늉을 하다 보면 근육이나 혈액순환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게으르지 말라는 하늘의 뜻이라도 내린 것처럼 몸이 아파지는 악몽을 꾸면서 번쩍 눈을 뜬 오늘.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가볍게 청소기를 돌리고 정리할 물건을 둘러보거나 빨래를 할지 말지 고민한다. 있다가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와서 진득하게 읽어야지. 그리고 필사도 해야지. 야심에 가득 찬 마음은 1시간도 못 버티고 10분 쉴까? 하고 누운 순간 휘발되고 말았다.

적막함이 싫어 영화를 틀었다. 비긴 어게인과 레 미제라블. 선정 기준은 OST가 풍부하고 좋을 것. 카페에 가면 흐르는 음악처럼 보기 위해 튼 게 아니라 공간에 소리를 채우기 위함이다. 그리고 욕실로 향해 샤워하는 데에 평소의 두 배는 공을 들였다. 일주일은 못 씻은 사람처럼 세심하게 스스로를 광을 내고, 누구 만날 약속도 없는데 드라이까지 정성을 다한다. 긴 과정을 마치고 이틀 입었던 잠옷을 다시 걸치려면 익숙하면서 지저분한 느낌이 든다. 냄새도 좀 나는 것 같다. 그러면 잠옷을 갈아입게 되고, 기왕에 옷을 갈아입으려면 외출복을 입고 나갈까 싶어진다. 동네 한 바퀴 슬렁슬렁 걷고 오면 기분이 확 좋아지는 하루가 된다. 이렇듯 신체에 활력을 입히는 건 잘 아는 활동을 하면 되는 거라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몸만 일정하게 관리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무탈하게 지나가지는 않는다. 흘러가는 시간과 세상사에 둥실둥실 흘러가는 마음의 제자리를 잡아주는 활동은 나에게는 역시 글쓰기 만한 것이 없다.


인터넷 어딘가에 다는 댓글과, 타인과 나누는 멘션이 내가 쓰는 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상을 보내다 보면 어쩐지 초조해진다. 단문은 생각의 인과관계를 담기가 어렵고, 기승전결이 없기 때문에 글이 자꾸 강렬하게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이마저도 서투른 사람은 저속한 의미의 은어나 욕으로 문장을 채운다. 물론 그 안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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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이어질 수 있는 사람의 정서적 훈련과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친족성폭력 트라우마 회복 에세이 <기록토끼>, 첫 글에 게시하는 중입니다. whitepoodlelov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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