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딜쿠샤, 경성 살던 서양인의 옛집] 팩션으로 소개하는 테일러 부부의 딜쿠샤 그리고 3.1 운동

강현수
강현수 · 영화와 冊.
2024/01/24
21년. 최지혜. <딜쿠샤, 경성 살던 서양인의 옛집>

사실 나중에 읽으려고 했다. 근대기의 큰 그림이 그려진 후에 이런 책들로 살을 덧붙여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저자의 이력을 보고 지나칠 수가 없었다. 국내 최초(또는 유일의) ‘근대 건축 실내 재현 전문가’ 최지혜 교수. 영화를 좋아하던 터라, 고증이 잘 된 영화들을 보며 저런 건 어떻게 했을까,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출발부터 도착까지, 그 과정을 볼 수 없으면 모든 결과물이 마법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나는 마술의 비밀을 풀고 싶다는 생각을 언제나 머릿속에 담고 있었고, 그 때문인지 이 책에 뻗은 손을 끝내 거둘 수 없었다. 아직 때가 아닌데, 우선 이런 생각부터 버리기로 했다. 마음 가는대로 나는 책장을 펼쳐들고 저자의 지식을 마음껏 탐했다.

딜쿠샤는 앨버트, 메리 테일러 부부가 경성에 지은 그들의 신혼집 이름이다. 이름의 출처는 인도의 어느 폐궁. 신혼 여행으로 인도를 방문하던 중 폐허가 된 딜쿠샤란 이름의 고궁에 매료된 테일러 부부는 자신들이 살 집 이름을 딜쿠샤로 짓기로 한다. 신혼 살림을 경성에 차리기로 한 부부는 산책 중 지금은 보호수로 지정된 큰 은행나무 한 그루를 보게 된다. 마침 그곳에 좋은 터가 매물로 나왔는데 권율 장군의 집터로 유명한 곳이다. 부부는 그곳에 붉은 벽돌의 2층 집(지하 1층 포함 3층)을 짓고 딜쿠샤로 부른다.

앨버트의 아버지는 조선에서 광산업에 종사했다. 앨버트와 윌리엄 테일러 형제 역시 아버지 일을 도왔으며 따로 테일러 상회를 운영하기도 한다. 테일러 상회는 “자동차, 시계, 축음기, 타자기, 샤프 연필 등을 수입해 판매하고 골동품을 매매하며, 영화 배급하는(2020-6-21, ‘테일러상회’ 이야기, 서울신문)” 일도 한다. 이들 가족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다 한 것으로 보인다. 앨버트는 광산업 준설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요코하마를 방문하는데 거기에서 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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