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이야기 -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20240110] 류이치 사카모토, 황국영 역,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위즈덤하우스, 2023.
작년 3월 28일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세상을 떠났다. 그에 대해선 이름만 몇 번 들은 유명한 음악가에 진보적 성향의 사회운동에 참여한 사실만 알고 있었을 뿐 그의 음악도 유명한 몇 곡만 들으면 '아 이게 저 사람 곡이었구나'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사실 이 책을 읽기로 마음 먹기가 쉽진 않았다. 좀 더 책에 몰입하기 위해 책에 저자의 곡이나 저자가 언급하는 곡이 있으면 그걸 찾아 들으면서 읽기도 했다. 다 읽은 지금은 읽길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저자가 잡지 《신초》의 2022년 7월호부터 2023년 2월호까지 총 8회 연재된 내용을 책으로 낸 것으로 지난 2009년 출간한 첫 자서전인 <음악으로부터 자유로워지다> 이후의 내용을 담은 자서전으로 볼 수 있다. 첫 자서전 역시 잡지에 연재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한다. 자서전이지만 첫 자서전을 출간한 2009년 이후의 내용 위주인지라 그의 삶을 알고 싶다면 첫 자서전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
경어체로 쓰인 이 책의 흐름은 매우 일직선이다. 직장암으로 수술을 받아 "어떻게 된 일인지 눈을 뜬 순간 '지금 이곳은 한국의 병원이다'라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서울도 아닌 한국 지방 도시의 병원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섬망증상을 느꼈던 2021년을 회고하는 첫 장을 제외하면 이후에는 2009년 이후로 20XX년 X월 무얼 했고 거기서 누굴 만났고 무얼 느꼈는지에 대한 내용이 시간의 흐름대로 등장한다.
의외로 한국에 관한 얘기가 자주 등장해 신기했다. 밴드 새소년이나 BTS의 슈가를 만난 내용이나 마지막 앨범 표지를 부탁하면서 "아무리 그래도 너무 과한 부탁이야"라고 생각할 정도로 책에서 내내 존경심을 표하는 화가 이우환에 대한 내용 등 한국인과 관련한 내용도 많았고 시장에서 튀김을 파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