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윤리의 강요, 비난의 논리 - 식민지 적산의 문제
2024/01/17
공공 윤리의 강요, 비난의 논리 - 식민지 적산의 문제
이효석의 소설 『은은한 빛』에서 고구려 도검(刀劍)을 발굴한 조선인 욱(郁)으로부터 고도(古刀)를 양보해달라는 호리(ほり)관장의 설득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내놓는다 하지만 버리는 건 아니구 박물관의 유산은 당신의 유산이기도 하오. 보관 장소가 바꾸인달 뿐이지. 그리구 그렇게 하는 편이 널리 누구에게나 아낌을 받는 게 되지 않겠소?」
마침내 후꾸다도 가담하여 조언하는 것이었다.
「난 나 자신이 갖구 싶어요. 내 몸에 지니구 언제나 가지고 있구 싶단 말입니다.」(은은한 빛, 220) (강조 인용자)
개인의 소유의 보장을 담보로 이들을 국가에 포섭했던 첫 번째 논리가 ‘써큐리티security’였다면, 이것이 실패했을 경우, 두 번째로 시도되는 것이 바로 모두가 향유할 권리를 내세우는 ‘모럴(moral)’, 즉 공공 윤리의 강요이다. ‘누구에게나 아낌 받는’ 유산이라는 공익 창출의 논리는 박물관장의 사적 소유 욕망을 은폐한다. 그는 ‘공공윤리’를 내세워 하위집단을 이루는 개인을 사회의 세포로 명명하고자 한다. ‘나 자신이 갖고 싶다’는 개인의 욕망은 공공의 소유/공공의 문화재 향유권 앞에서 허약하다. 여기에 ‘가난 속에 자라나 자기의 장점을 알지 못하는’ 미개한 조선인의 ‘불감증’(218)이 덧칠되어 미개인으로부터 문화제를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첫 번째 논리는 더욱 공고해진다.
앞에서 군정청의 방침에 불만을 가졌던 이들의 문제가 충분히 해명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여기에서 어렵지 않게 그들의 말로를 추측할 수 있다. 방침이 내려진 뒤에도 적산 문제로 한 동안 혼란이 계속되었고, 이에 대해 12월 17일 사설에 다음과 같은 글이 실린다.
‘(군정청의 방침은) 그재산의성질상 당연한 귀결일뿐더러 그재산의 공리성을명백히한것임에 틀림이업는 것이다 일인재산매수자중에는 가옥을 소개당...
@선량한시민 단호박이시군요. ㅎㅎ
애매모호하고 보이지도 않으며 실존하지도 않은 "공공윤리", "세큐러티" 따위보다, 돈주고 깔끔하며 개인의 교섭으로 행해지는 "경매"가 더 자유롭고 바람직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