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못할 꿈처럼 나의 기쁨은 막을 내렸고, 내 좋았던 시절은 모두 과거로 돌아갔다네. 사랑도 잘못되었고 환상도 완전히 물러갔고 그 모든 지난 일 중에 슬픔만이 남아 있다네.“
월터 롤리의 「궁정이여 잘 있어라」中
소설의 주인공인 네이선은 평생의 직장이었던 보험회사에서 은퇴하고 아내와는 이혼을 한 채로 ‘조용히 죽을만한 장소’로 선택한 브루클린의 한 켠에 자리를 잡는다. 언급된 시에 드러난 심상 그대로 네이선은 이제 인생의 막차를 탄 것처럼 마음은 무상할 따름이다. 스스로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책>이라고 스스로 이름붙인 책을(스스로가 겪은 ‘모든 실수와 잘못과 어줍은 짓과 바보짓, 그리고 모든 무의미한 행동을 단순하면서도 분명한 언어로 그려 낼 셈’으로 시작한 작업) 쓰는 일 뿐이다.
그러나 네이선을 둘러싼 인물들이 한 사람씩 추가되면서(그의 인생에서 사라져간 아내, 그리고 멀어져버린 딸의 자리를 대신하기로도 하듯) 브루클린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한 편의 풍자극이 시작된다. 항상 네이선이 식사를 하는 식당의 여급인 마리나,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브라이트먼의 다락방’으로 통하는 해리의 헌책방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외조카인 톰, 톰을 통해 좀더 친해질 수 있었던 헌책방의 주인이기도 한 중년의 게이인 해리 브라이트먼까지...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은퇴 남자의 장지(葬地)와도 같았던 브루클린에 마치 새싹이 돋듯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 실존(實存)의 호텔... 호텔은 더 나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