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아이들의 학예회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11/09
여름 내내 신었던 나의 하얀 운동화와 남편의 검은 양복을 세탁소에 맡겼다. 남편은 이틀 전 늦은 밤, 친구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다음날 양복을 챙겨 출근을 했다. 퇴근 후 KTX를 타고 포항으로 내려가 밤을 지새우고, 발인까지 머무르다 돌아왔다.

불문율 같은 남자들의 의리를 지켜낸 남편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있었다. 고인은 여든밖에 안 되셨지만 살아계시는 동안 가족들을 힘들게 한 남모를 사연이 있었는지, 장례식의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남편은 구룡포의 화장장까지 가며 훗날에 다가올 본인의 마지막을 상상했다고 한다. 아내와 자식들이 울지 않는 마지막은 너무 서글프고 괴롭다고 했다. ‘당신은 울어줄 거냐?’는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빛나는 아이들의 공연 ⓒ콩사탕나무


아이들의 학예 발표회가 있었다. 두 학년씩 묶어서 진행을 하여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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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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