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06
엄마의 커리어로 고민하는 글을 볼 때의 제 기분은 참 미묘합니다. 울고 싶은데 눈물은 안나는 그런 기분이라고 해야할까요. 누군가는 팔자 좋은 사람이라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취집 잘 갔다는 말로 표현하는 제 직업은 주부입니다.
직장 경력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가끔은 부럽습니다. 저를 소개하며 n년차 프로주부라고 말했을 때 상대방의 표정에 떠오르는 한심함, 황당함, 실소 등은 제가 하는 말의 신뢰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수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아직도 집에 있느냐는 말이나 그 시선은 뇌리에 꽤 오래 남기도 합니다. 질문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장 경력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가끔은 부럽습니다. 저를 소개하며 n년차 프로주부라고 말했을 때 상대방의 표정에 떠오르는 한심함, 황당함, 실소 등은 제가 하는 말의 신뢰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수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아직도 집에 있느냐는 말이나 그 시선은 뇌리에 꽤 오래 남기도 합니다. 질문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로요? 그럼 살림전문가나 정리수납전문가 자격증, 돌봄자격증 있으세요? 조리사자격증은요? 사회복지사나 공인중개사도 많이들 따시던데 자격증 뭐 있으세요?
주변의...
살림도 일입니다. 사회에서 그 가치를 몰라주고 제대로 값을 쳐주지 않을 뿐이지요.
늘 워킹맘이었던 우럼마는 은퇴 후 실여, 그리고 예전 직종의 계약직으로 재취업을 하셨습니다... 엄마 왈..."살림하는 여자들 대단하다 난 이렇게 힘든데 딱딱 보수가 안나오는 일은 할 수 없숴! 내게 수치가 딱딱 맞춰 보상되는 일을 달라!!!"
저는 기쁩니다.(사실은 엄마의 요리 실력을 감춰주지 않아도 돼서 기쁜거아닐까,,,)(엄마 요리가 맛없ㅇ)
여튼 내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 되는거같습니다
n년차 프로주부라니.. 너무 멋진 표현이예요.
그리고 n년차 만년초보주부인 전 너무나 부끄럽네요.
친정,시댁 그리고 부부 다 대구토박이였는데 직장때문에 서울로 이사와서 결혼하고 1년만에 생긴 아이때문에 초보 엄마,아빠는 참 많이도 울었어요.
온전히 남편만 기다리며 아이랑 하루종일 있다보니 커리어우먼은 아니라도 커피한잔 마시며 일의 힘듦을 이야기하던 미혼때가 어찌나 그립던지..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동네의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절실히 떠오르더라구요.
그리고 전업주부 못지않게 맞벌이맘들의 고충도 너무 와닿았어요.특히 아이가 아플때 발동동하는 친구맘을 한두번 본게 아닌지라..
엄마의 자리도 중요하지만 나를 잃고싶지않아 자꾸 혼란스러운 요즘입니다.
동서고금 아내 엄마 며느리, 여성의 노동을 너무 당연하게 이용해온 것 같습니다. 살림과 육아 돌봄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거나 존중하지 않으면서 오래오래 당연하게 이용하고 있죠. 기계의 도움이 늘어나긴 했지만 주부는 숙련된 기술을 쌓으며 쉼 없이 일합니다. 예로부터 양육 노동량이 줄어들면 봉양 노동량이 늘어났죠. 그 노동에 대한 존중 없이 주부로 폄하되고, 경력이 단절됐다고 하는 건 속상해요. 사회적 존중이 부족하니, 여성에게 커리어 고민도 당연하고요. 최근 경력단절여성 대신 경력보유여성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했더군요. 인류역사를 감안하면 인식 바꾸는게 그린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성평등 인식도 오래된 건 아니죠. 주부 커리어가 존중받고, 또 사회적으로 더 기여할 수 있는 방법도 나오길 기대합니다.
너무 공감하고 또 고민하는 내용이라 댓글 달아봅니다. 얼마 전 퇴사하고 전업주부가 된 30대 중반 여성입니다. 퇴사를 고민하면서도 마음이 너무 힘들었는데 왜 힘들었는지 생각해보니 제 안에 '전업주부는 절대 되면 안 된다', 그리고 사회에서 허락한 작은 자리를 잃게 되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근데 막상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살림을 해보니 너무 신세계였습니다. 제 손으로 밥을 짓고 집안을 가꾸는 보람이 너무 컸어요. 밖에서 돈 받고 하는 일은 아무리 좋아도 퇴근할 때 허탈할 때가 있었거든요.(누구 좋자고 하는 일인가, 이렇게 몸 상하면서까지 할 일인가 등등) 근데 살림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노동소외가 없는 일이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살림 유트브랑 책을 보면서 직업정신(이 말이 적절한지는 모르겠네요^^;;;)을 갖고 일상을 꾸려가시는 분들이 정말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많이 배워서 적용해보고 있어요. 그러다가 문득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말이 불편해졌습니다. 언제부터 여성들이 직장을 다니는 것이 기본값이 되었을까요? 과거에는 가정주부를 당연한 롤모델로 여겼는데 이제는 직장을 가지는 것이 당연시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사노동과 육아로부터 해방된 것도 아니죠. 오히려 더 많은 노동을 해야하는 처지가 되었어요.(여성들이 비혼을 선택하는 건 이 때문이겠죠. 모두가 슈퍼우먼이 될 순 없으니까요.) 돌봄을 경력으로 인정해주자는 논의도 있다고는 하는데... 어쩐지 경력단절여성이라는 프레임은 전업주부의 삶에서 의미와 보람을 느끼는 어떤 여성들을 배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해도 저도 그에 머물러 있었고요. 여성의 커리어, 가사노동, 돌봄의 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매일 느낍니다. 저는 그래서 요즘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저를 꼭 '전업주부'라고 소개해요. 스스로 전업주부에 대해서 갖고 있었던 편견들을 걷어내는 일종의 연습?을 하고 있어요.(제 소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기도 합니다.) 배부른 소리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런 목소리가 더 필요합니다.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분을 만나게 되어 약간 흥분해서 썼네요. 반갑습니다.ㅎㅎ)
너무 공감하고 또 고민하는 내용이라 댓글 달아봅니다. 얼마 전 퇴사하고 전업주부가 된 30대 중반 여성입니다. 퇴사를 고민하면서도 마음이 너무 힘들었는데 왜 힘들었는지 생각해보니 제 안에 '전업주부는 절대 되면 안 된다', 그리고 사회에서 허락한 작은 자리를 잃게 되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근데 막상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살림을 해보니 너무 신세계였습니다. 제 손으로 밥을 짓고 집안을 가꾸는 보람이 너무 컸어요. 밖에서 돈 받고 하는 일은 아무리 좋아도 퇴근할 때 허탈할 때가 있었거든요.(누구 좋자고 하는 일인가, 이렇게 몸 상하면서까지 할 일인가 등등) 근데 살림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노동소외가 없는 일이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살림 유트브랑 책을 보면서 직업정신(이 말이 적절한지는 모르겠네요^^;;;)을 갖고 일상을 꾸려가시는 분들이 정말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많이 배워서 적용해보고 있어요. 그러다가 문득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말이 불편해졌습니다. 언제부터 여성들이 직장을 다니는 것이 기본값이 되었을까요? 과거에는 가정주부를 당연한 롤모델로 여겼는데 이제는 직장을 가지는 것이 당연시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사노동과 육아로부터 해방된 것도 아니죠. 오히려 더 많은 노동을 해야하는 처지가 되었어요.(여성들이 비혼을 선택하는 건 이 때문이겠죠. 모두가 슈퍼우먼이 될 순 없으니까요.) 돌봄을 경력으로 인정해주자는 논의도 있다고는 하는데... 어쩐지 경력단절여성이라는 프레임은 전업주부의 삶에서 의미와 보람을 느끼는 어떤 여성들을 배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해도 저도 그에 머물러 있었고요. 여성의 커리어, 가사노동, 돌봄의 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매일 느낍니다. 저는 그래서 요즘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저를 꼭 '전업주부'라고 소개해요. 스스로 전업주부에 대해서 갖고 있었던 편견들을 걷어내는 일종의 연습?을 하고 있어요.(제 소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기도 합니다.) 배부른 소리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런 목소리가 더 필요합니다.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분을 만나게 되어 약간 흥분해서 썼네요. 반갑습니다.ㅎㅎ)
동서고금 아내 엄마 며느리, 여성의 노동을 너무 당연하게 이용해온 것 같습니다. 살림과 육아 돌봄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거나 존중하지 않으면서 오래오래 당연하게 이용하고 있죠. 기계의 도움이 늘어나긴 했지만 주부는 숙련된 기술을 쌓으며 쉼 없이 일합니다. 예로부터 양육 노동량이 줄어들면 봉양 노동량이 늘어났죠. 그 노동에 대한 존중 없이 주부로 폄하되고, 경력이 단절됐다고 하는 건 속상해요. 사회적 존중이 부족하니, 여성에게 커리어 고민도 당연하고요. 최근 경력단절여성 대신 경력보유여성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했더군요. 인류역사를 감안하면 인식 바꾸는게 그린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성평등 인식도 오래된 건 아니죠. 주부 커리어가 존중받고, 또 사회적으로 더 기여할 수 있는 방법도 나오길 기대합니다.
n년차 프로주부라니.. 너무 멋진 표현이예요.
그리고 n년차 만년초보주부인 전 너무나 부끄럽네요.
친정,시댁 그리고 부부 다 대구토박이였는데 직장때문에 서울로 이사와서 결혼하고 1년만에 생긴 아이때문에 초보 엄마,아빠는 참 많이도 울었어요.
온전히 남편만 기다리며 아이랑 하루종일 있다보니 커리어우먼은 아니라도 커피한잔 마시며 일의 힘듦을 이야기하던 미혼때가 어찌나 그립던지..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동네의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절실히 떠오르더라구요.
그리고 전업주부 못지않게 맞벌이맘들의 고충도 너무 와닿았어요.특히 아이가 아플때 발동동하는 친구맘을 한두번 본게 아닌지라..
엄마의 자리도 중요하지만 나를 잃고싶지않아 자꾸 혼란스러운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