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배트맨] 내면의 괴물을 이겨낸 자가 진정한 영웅

강현수
강현수 · 영화와 冊.
2024/08/17
2022. 맷 리브스. <더 배트맨>

<수퍼맨> 시리즈는 여전히 크리스토퍼 리브의 1978년 작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데, <배트맨> 시리즈는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조커> 포함). 작가들이 <배트맨>은 잘 이해하면서도 <수퍼맨>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퍼맨>은 발전이 없다. <배트맨>이 상징하는 바가 인간 내면의 깊은 상처와 극복 그리고 갈등이라면 <수퍼맨>은 로맨스다. 로맨스가 빠진 <수퍼맨>은 어린이를 위한 영웅물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최근 수퍼맨들 중 크리스토퍼 리브만큼 눈물샘을 자극한 적이 있나? 크리스토퍼 리브가 안경을 쓰면 사랑에 빠진 멍청이처럼 보인다면 요즘 수퍼맨들은 다 제 잘난 멋에 사는 나르시스트들처럼 보인다. 수퍼맨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작가들이 과소평가한 게 바로 <수퍼맨>의 패착 이유라고 본다. 그는 사랑을 위해 그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 정복을 포기했고 연인을 되살리기 위해 지구를 거꾸로 돌려 시간을 되돌리기까지 했다. 작가들은 그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의 힘은 곧 사랑의 힘이다.

물론, 작가 탓으로만 온전히 돌리 수는 없다. <수퍼맨>이 평면적이라면 <배트맨>은 입체적이다. 능력면에서는 비교가 안 되므로 배트맨보다 수퍼맨이 티셔츠는 더 많이 팔 수는 있겠지만, <배트맨>의 인물들이 호기심을 훨씬 더 크게 자극한다. 입체성은 현실을 투영하기 좋은 성질이다. 트라우마, 부패 따위의 인간적인 요소들이 그림자가 되어준다. 절대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꿈과 희망은 이름이 말해주듯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그림자 없는 인간에게서 우리는 인간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림자를 넘어선 이에게 대중은 열광한다. 조커의 매력은 광기이며 광기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건 그 만큼 고담시가 부패한 탓이다.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허술한 법망으로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된다면 자경단의 존재가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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