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반려견은 아니된다

빅맥쎄트
빅맥쎄트 ·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먹은만큼 행복하다
2024/02/28
아이들은 감정 표현이 분명하다. 원하는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쉽게 OK를 외치지 않는 나와는 달리 아내는 웬만한 아이들의 요구를 다 들어준다. 그래서일까, 자녀들이 무언가를 원할 때면 언제나 아빠가 아닌 엄마를 찾는다. 하지만 이런 엄마마저 단칼에 거절한 게 있다. 그것은 '집에서 개를 키우고 싶다'는 아이들의 요청이었다. 

"절대로 안 돼."

평소와 다른 엄마의 단호한 모습에 아이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무언가를 키우고자 하는 마음만큼은 지금까지 꺾이지 않고 있다. 자녀들은 집 주위에 있는 크고 작은 생물들을 빈번히 잡아왔다. 나비와 매미, 메뚜기와 올챙이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잡은 올챙이가 자라서 개구리가 되었다 ⓒ빅맥쎄트

작년 가을 제주여행을 갔을 때였다. 섬 중의 섬이라 할 수 있는 우도는 제주에서도 배를 한번 더 타야만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시간도 부족한데 6살 둘째는 메뚜기 구경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아빠, 메뚜기가 주먹만 해."

짝짓기 중인 걸로 보이는 메뚜기 2마리가 포개진 채 있었다. 둘째는 그 녀석들을 부산으로 데려오고 싶어 했다. 곤충들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교육으로 둘째를 힘들게 설득한 다음에야 메뚜기들을 그곳에 남겨둘 수 있었다. 

우도에서 만난 메뚜기 ⓒ빅맥쎄트

개를 키우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

늘 어둡던 부장님의 얼굴에 생기가 돌던 때가 있었다. 회사에서 팀원들이 외면하고 가정에서도 찬밥 신세가 되었지만, 개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고 하던 부장님의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녀석들에게서는 진심이 느껴진다고, 아무런 조건 없이 그저 자신을 좋아해 준다던 말과 함께.

개를 키움으로써 얻는 장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반려견과 서로 사랑을 주고 받는 삶을 통해 아이들은 따뜻한 감정과 정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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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과 여호와를 경외함의 보응은 재물과 영광과 생명이니라 잠 22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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