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노래를 들어라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07/30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이렇게 몸이 무거울 수 있다는 것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혼자서 아침 겸 점심을 해 먹고 계단을 오르며 오늘은 기필코 밤이 올 때까지 깨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침대에 눕자 잠시 잠이 깬다. 잠들기 위해 시집을 뒤적였다.
   
시의 어떤 한 행을 반복해서 읽어 내려가다 잠이 든다. 그렇게 잠들 즈음 햇살의 키득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다. 깨어나 보니 손에 쥐고 있던 책이 침대 바닥으로 떨어지며 작은 소음을 냈고 침대엔 아이들 문구용 물풀이 흥건했다. 몸을 움직일수록 물풀은 가느다란 거미줄처럼 몸과 몸 사이를 끈적이며 늘어져 갔다. 
   
고작 한 시간 남짓 자고 일어나서 계단을 내려오며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모란을 발견한다. 그저 서로에게 고개를 들어 인사하는 여름날. 고양이...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언제나 겨울이었어
2.5K
팔로워 793
팔로잉 8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