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의 김한민 감독과 유사역사학 - 우리가 당황한 한국사

이문영
이문영 인증된 계정 · 초록불의 잡학다식
2023/12/29
영화 <명량>이 개봉한 뒤에 김한민 감독은 이런 인터뷰를 한 바 있었다.
국민일보 2014년 8월 18일자 [쿠키 人터뷰]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아달라고 하니 “이순신이 어머니 위패에 절할 때 보이는 현판을 주목하라. 거기에 숨겨놓은 비밀이 있다”고 귀띔했다.

영화 <명량>
현판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잘 확대해 보면 이런 현판이 보인다.
영화 <명량>

오른쪽에 桓(환)이 보이는가? 환단고기의 그 환이다. 중앙의 도철문은 치우라고 생각하고 그려놓은 것이다. 왼쪽의 문장 天山白陽(천산백양) 弘益理化(홍익이화)는 대종교 교주 나철이 쓴 글이라고 전해지는 것에서 따온 것이다. 전문은 이러하다.

조계칠칠(鳥鷄七七) 일락동천(日落東天)
흑랑홍원(黑狼紅猿) 분방남북(分邦南北)
낭도원교(狼道猿敎) 멸토파국(滅土破國)
적청양양(赤靑兩陽) 분탕세계(焚蕩世界)
천산백양(天山白陽) 욱일승천(旭日昇天)
식음적청(食飮赤靑) 홍익이화(弘益理化)

그런데 이 글도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이 글은 대종교인 신철호라는 사람이 자기가 남파 박찬익(1884~1949, 임시정부 국무위원)에게서 전해들은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신철호는 1979년에 <한국중흥종교교조론>(각세출판사)이라는 책을 냈는데 그 책에 이것이 나철이 쓴 글이라고 해놓았다. 

그리고 2002년에 나철의 글과 행적 등을 모은 <홍암신형조천기弘巖神兄朝天記>를 대종교에서 내놓았을 때 글 말미에 이것을 실었다. <홍암신형조천기>는 본래 1922년에 김교헌이 등사본으로 내놓았던 것을 후에 윤세복이 번역하고 '보편'을 써서 보충하였던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나철의 글이 전해졌는데 그때는 흔적도 안 보이던 글이 1979년에 등장했고 예언을 한 글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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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텔·이글루스에서 사이비•유사역사학들의 주장이 왜 잘못인지 설명해온 초록불입니다. 역사학 관련 글을 모아서 <유사역사학 비판>, <우리가 오해한 한국사>와 같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역사를 시민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책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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