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보라미
동보라미 · 더 맑고 단단하고 다정하고 지혜롭게
2023/06/14
제가 잊지 못하는 한 끼 식사는 2년 전 5월 신랑과 함께 친시어머님을 모시고 백제원에 가서 먹은 한정식입니다. 그 동안 먹어왔던 식사 중에 제일 비싼 음식이기도 했고 우리 부부에게 너무나도 고맙고 귀하신 분과의 첫 번째 외식 자리였기에 잊지 못하는 한 끼 식사가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시어머니가 두 분이 계십니다. 한 분은 신랑을 낳아주신 친시어머님이시고 한 분은 신랑을 길러주신 시어머님이십니다. 결혼 전까지 신랑에게 두 분의 어머니가 계시다는 것을 전혀 몰랐습니다. 물론 신랑도 몰랐기 때문에 저에게 이야기 해줄 수 없었습니다.

신혼여행에서 다녀온 후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는데 신랑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평생 키워주신 어머님의 성함이 아닌, 낯선 여성의 이름이 씌어있었습니다. 구청 직원분은 친모가 아닌데 이름이 있을 리가 없다며 만약 아니라면 소송을 해서 바꿔야 한다고 설명해주셨고 시아버님의 혼인기간까지도 적어주셨습니다.
 
혼인신고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남편이 너무 안쓰러운 마음에 꼭 안아주었습니다. 저는 눈물을 흘리며 신랑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을 키워주신 분이 새어머니였고 사실은 친어머니가 따로 있었다 해도 여전히 당신은 소중한 존재이고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나는 당신을 사랑하겠노라고.
   
몇 년이 흐른 뒤 출생의 비밀을 시아버님께 듣게 된 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마흔을 앞둔 한 사내가 키워준 분은 친모가 아니었다며 너무나도 서럽게 울었습니다. 서른 세 살에 신랑을 만나 그 때까지 단 한 번도 우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자신의 생일을 며칠 남겨둔 서른아홉 살 남자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너무 안쓰럽고 마음이 아파서 저도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신랑은 그날 이후 친어머니를 찾아야할지 말아야할지 매일 고민을 했습니다. 1년 반이 넘는 길고 긴 고민의 시간 끝에 친어머니께 편지를 쓰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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