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주면 소는 누가 키우냐고?

장파덕 · 20대 청년 법조인
2024/06/13
 고등학생 때 문과를 선택하고, 사회과학을 학부생 때 전공하고, 법조계로 진출한 원죄(?)로 인하여 요즈음 저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언제 AI가 우리를 대체할까?'라는 질문을 곧잘 던지곤 합니다. 사실 직업이 AI로 대체되는 것 자체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요즘은 질문을 바꿉니다. '어떤 직업이 가장 늦게 대체될 것인가?'라고요. 법조계도 이른바 '리걸 테크'의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단순 플랫폼 기업인 로톡이 한 번 법조계에 큰 폭풍을 일으켰는데요. 이미 법원 서버에는 수백만 건의 판결문이 저장되어 있을 테니, 그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학습시키면 그 여파는 겉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30년 뒤, 늦어도 50년 뒤에 오늘날 존재하는 많은 직업들이 인공지능에 의하여 대체될 것입니다. 완전히 대체되지는 않더라도 부분적으로라도 대체될 직업이 대다수일 것입니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우리나라 모든 판결문을 학습한다면, 로펌 입장에서는 어쏘 변호사(associate lawyer, 고용된 변호사)를 기존에 5명 뽑던 것을 이제 1명만 뽑아도 기존과 동일하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겠지요. 결국 수많은 사람이 실업자가 되고, 다른 분야의 일자리를 찾아봐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실업자가 되지 않더라도 노동의 여건이 열악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죠. 노동의 숙련성이 점차 의미를 상실할 테니까요.
 옛날에 <개그콘서트>에 <두분토론>이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개그맨 박영진과 김영희가 각각 남성과 여성의 대표로 나와서 젠더 문제를 놓고 토론하던 코너였는데요. 김영희가 여성의 권리에 대한 주장을 하면 박영진은 '그러면 소는 누가 키워?'라는 말로 청중을 웃기곤 했습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감소하게 되면, '그러면 아이폰은 누가 사고?'라는 질문에 답해야만 할 시대가 분명히 올 것입니다. 더이상 웃기기만 한 질문이 아닙니다. <개그콘서트>가 아니라 <100분 토론>에 나와야 할 질문이지요. 수많은 사람이 실업자가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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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인 삶, 인간다운 삶에 관심이 있습니다. 정치학과 법학을 전공하였습니다.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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