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12
지난 금요일 엄마는 전화를 걸자마자 자신에게 소홀한 큰아들을 타박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엄마와 내가 화요일에 만나 점심을 함께 했고 그로부터 고작 삼일이 지났을 뿐이라고 알렸고, 그러자 엄마는 ‘아 그래요 엄마, 하고 넘어가면 될 것을 꼬치꼬치 따져서 엄마의 기분을 상하게 하느냐’며 눈물 바람까지 하였다. 옆에서 전화 통화를 듣고 있던 아내도 엄마에게 뭐 그렇게까지 따지느냐 하는 시선을 보냈는데, 나는 엄마의 하소연과 아내의 시선을 안팎으로 하는 전화 통화를 삼십분 가량 이어가야만 했다. 
“겨울밤은 야박하지 않다. 길고 길다. 먼 데서 오는 손님처럼 아침은 아직 소식이 없을 것 같으니, 느릿느릿 딴생각을 불러오기에 알맞다. 곶감이 녹으려면 더 있어야 한다. 그런데 누가, 감을 말릴 생각을 했을까? 말린 감은 웅크린 감처럼 보인다. 누구에게나 웅크릴 시간이 필요하다. 병든 자의 병도 잠든 자의 잠도 자라는 자의 성장도 비밀이 많은 자의 비밀도 겨울밤을 빌어 웅크리다가, 더 깊어질 것이다.” (p.14)
토요일에는 아내와 잠시 다투었는데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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