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18
  소설(은 물론 서사를 가진 모든 문화 장르라면)을 읽으면서 가장 짜릿한 즐거움의 하나는 서사의 앞부분에서 어리둥절하게 만들던 사건을 너무나 명쾌하게 풀어주는 뒷부분의 해명이다. 여기에 덧붙어 앞부분에서 내가 예리하게 살펴보았던(다른 사람이라면 허투루 넘어가고 말았을 사소한) 단서가 뒷부분에서 거대한 미궁을 헤치고 나올 실타래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면 그 희열감은 어지간할 것이다.

  독자를 사건 해결의 당사자로 참여시키고자 노력하는 추리소설에서 이러한 단서를 발견하는 일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하다. 추리소설에서 맛보는 희열의 대부분은 사건의 해결이라는 부분에 앞서 독자인 자신이 사건의 해결에 일정부분 참여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추리소설 아닌 다른 소설일지라도 이러한 복선의 미학을 간과할 수 없다.

  복선이야말로 소설 읽는 재미의 빌미를 제공하는 중요한 기술적(혹은 미학적) 방식이다. 그리고 폴 오스터는 이러한 복선의 묘미를 절묘하게 간파하고 있는 작가이며, 이번 소설 속에서 이러한 작가의 역량은 극대화 되고 있다. 그리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소설의 얼개는 꽤나 복잡하다.

  겉껍데기가 되는 현실의 주요 인물에는 주인공인 시드, 그의 아내 그레이스, 그리고 그레이스 부친의 친구이자 작가이고 시드를 후원하는 존 트로즈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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