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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받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이아현입니다

이아현
2023/10/27
10월 29일은 이태원 참사 1주기입니다. 26일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 작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유가족, 국회의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이야기를 주고 받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이태원 참사라는 사회적 재난을 뉴스로 겪으며 고통을 느낀 분이라면 관심을 갖고 들어주세요. '참사 당사자'가 지난 1년을 어떻게 살아냈는지, 우리는 어떻게 애도해야 하는지 묻고 답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alookso 유두호



안녕하세요. 23살 이아현입니다. 지난해 10월 29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에서 일어난 압사 사고로, 사랑하는 큰언니를 잃었어요. 저희 가족은 갑자기 닥친 고통스러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겨우 버텨내고 있어요. 1주기가 먼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10월이 되니 하루하루가 더 힘드네요. 원래 잘 안 우는데, 29일이 다가오는 걸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저희 가족의 지난 1년을 들려드리려고 해요. 답답한 상황이 정리된 게 아무것도 없으니 제대로 슬퍼하지도, 쉬지도 못하고 있는 그런 삶 전부요. 사실 전 일상을 지켜내기 바빠서 주위에 어떤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시민 단체나 국회의원 등… 유가족에게 도움을 주려고 묻는 거겠지만, 막상 주위에서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곤란하기도 해요. 왜냐하면 참사 후로 저와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건 하나밖에 없거든요. 저희 언니요. 많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같은 마음이겠죠?

큰 언니 밑으로 저와 여동생, 남동생이 있어요. 그리고 엄마 아빠까지 저희 가족은 다섯 명이에요. 전라북도에서 부모님은 9년 정도 패스트푸드점을 운영하셨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햄버거예요. 웃기게도 부모님 가게보다, 다른 가게 햄버거를 더 좋아해요. 언니는 제가 기운이 없을 때 햄버거를 사주곤 했는데, 요즘 그 생각이 많이 나요.

보고 싶은 큰 언니 이름은 이지현입니다. 저보다 두 살 많아요. 언니는 예비 신부였어요. 원래대로라면 작년 12월에 결혼해서 고등학생부터 사귄 형부와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었을 거예요. 작년 10월은 언니가 한창 결혼 준비한다고 바빴던 시기예요. 참사 전날에는 웨딩 사진을 찍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찍은 사진 중에 언니가 드레스를 입고 풀밭에 앉아 있는 사진이 있어요. 그 사진을 보면 언니가 숲속 어딘가에 살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엄마도 그 사진을 참 좋아해요.

저희 자매는 ‘인생네컷’을 자주 찍었어요. 언니는 ‘MBTI’ ‘F’(Feeling) 저는 ‘T’(Thinking) 성향이라 보통 의견이 잘 안 맞았는데, 밖에 나가서 놀 때 만큼은 영혼의 단짝이었어요. 전 제가 힘든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언니 생각은 어떻게든 안 하려고 하는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힘든 일 생기면 언니한테 기도해요. 저는 계획이 틀어지면 스트레스를 받는 성향이라 갑자기 울게 되면 마음이 너무 힘들어져서 평소에 마음을 자주 다잡는 편이에요. 평소에 화가 날 때는 언니한테 말을 걸어요. 전 대학생이고, 얼마 전에는 시험 기간이었어요. 새벽에 공부하는데 너무 졸리더라고요. 그래서 ‘언니 이거 별거 아니잖아, 할 수 있잖아~’ 그렇게 언니한테 말 걸면서 마음을 잡고 한 시간 더 공부하고 잤어요. 언니한테 말 걸면서 1년 전이었으면 포기했을 일들도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운동도 안 하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지도 않아요.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남들과 다르죠?

맞아요, 언니는 제 종교예요.
여러분은 힘들 때 어떻게 마음을 다잡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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