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포기할 수 없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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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포기할 수 없는 이야기들

페미인데 <슬램덩크>를 좋아한다구?

조경숙
조경숙 인증된 계정 · 만화평론가, 테크-페미 활동가
2023/01/09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당연히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슬램덩크>는 한 시대를 풍미한 우리 모두의 만화였으니까. <슬램덩크>를 사랑하는 마음에 등급이 있다 여기지 않았고, 영화를 예매할 때도 어떤 자격이 필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설렘 하나만을 안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봤다.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펑펑 울었고, 기대한 것 이상으로 행복감에 푹 젖어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한껏 '웅장'해 진 마음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든 건 그로부터 한 시간 뒤였다. 들뜬 마음으로 상영관을 나서며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렸는데, 의외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넌 페미니스트인데 <슬램덩크>를 왜 좋아해?"
"너 원래 스포츠 좋아했었어?"

간격을 두고 서너 명이 비슷한 메시지를 보냈다. 주변에서 나는 알아주는 몸치인 데다, 운동과는 아주 두꺼운 벽을 쌓은 사람이다. 온 국민이 다 본다는 월드컵도, 올림픽도 보지않는다. 당연히 농구의 기본적인 규칙도 모른다. 그들은 정곡을 찌른 셈이다. 

저 메시지들을 받고 나니 문득 상영관 앞에서 마주한 한 무리의 남성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상영관 입장을 앞두고 옥신각신 다투고 있었다. 무어라 하는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마지막에 한 남성이 큰소리로 상대를 나무라 복도가 쩌렁쩌렁 울렸다. 그는 이렇게 외쳤다. "야, 너가 농구를 뭘 안다고 이걸 봐." 이 글은 그 외침과 메시지들에 대한 반론이다.
영화 관람 후 SNS에 게시한 인증샷 Ⓒ 조경숙

반론 하나. 한나와 소연이 매니저일 뿐이라고?

페미니스트여서 <슬램덩크>를 좋아할 수 없지 않냐는 물음 안에는 <슬램덩크>가 오로지 남성들만의 성장 서사라는 편견이 존재한다. 실제 그럴지도 모른다. 강백호를 중심으로 서태웅, 채치수, 정대만, 송태섭 등 북산고 주전 선수 다섯 명 모두 남성이지 않은가. <슬램덩크> 작품 안에서 여성이 주변화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이러한 비판 역시 어느 정도 정당하다. 실제로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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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후드티⟫, ⟪웹툰 입문⟫ ,⟪웹툰 내비게이션⟫, ⟪액세스가 거부되었습니다⟫ 등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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