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보이' 사춘기 아들, 이곳에선 딴 사람

실배
실배 · 매일 글쓰는 사람입니다.
2022/06/25
불과 1년 전,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상황이었을 때다. 사춘기에 진입한 아들은 밖에 나가는 일을 극도로 꺼렸다.

학교와 학원 외에는 내내 방에 틀어박혀 본인만의 세상에 빠져들었다. 가끔 밖에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면 좋으련만.​주말에 동네 산책하러 가자고 물으면, "귀찮아. 그냥 나는 집에 있을게", "코로난데 어딜 가. 됐어. 왜 자꾸 나가자고 해. 짜증나게" 하고 튕겨내기 일쑤였다. 종일 성냥갑처럼 좁은 공간에 갇혀 답답하지 않을까 걱정되었지만, 아들은 꿈쩍도 안 했다. 눈에 띄게 화가 늘었고, 스트레스가 가득 차 살짝만 건드려도 '펑' 하고 터질 듯 보였다.

억지로 끌고 갈 수도 없고 방법이 없었다.​그래서 처음 외가에 가자고 했을 때 안 간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다. 웬일로 알겠다고 했다. 아마도 외가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듯했다. 2년 전 문경으로 이사한 처가는 주변에 인가가 없는 조용한 숲속 마을에 자리하고 있었다. ​

180도 달라진 아들의 모습
▲ 문경의 그림 같은 풍경 맑은 날씨에 바라본 문경의 풍경
서울에서 차로 운전해서 세 시간 남짓 걸렸다. 가는 내내 주변에 초록의 숲과 나무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슬쩍 쳐다본 아들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구불구불 산길을 한참 더 가서야 드디어 처가에 도착했다.

"와. 정말 좋다."

아들의 말 한 마디에 나도 모르게 절로 눈이 갔다. 울창한 숲 한가운데서 저 멀리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들이 유튜브나 게임 외에 저렇게 집중한 적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어깨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한결 편안한 모습으로 오래도록 그곳에 머물렀다.
▲ 문경 처가댁 직접 나무를 베어 황토를 발라 만든 집
집 앞에는 또순이란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우리를 반겼다. 이어서 개량 한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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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5년째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을 통해 제 삶에는 큰변화가 생겼네요 그저 평범했던 하루가 글을 통해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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