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12/22
어릴 때 우리집엔 식구가 많았다. 부모님과 우리 3남매 외에 증조할머니 이모 고모 등 늘 사람들이 많았기에 팥죽도 아주 큰 가마솥으로 한솥 철철 넘게 끓이셨다. 팥죽을 끓이기 전엔 모두 모여앉아 새알옹심이를 빚었다. 반죽한 찹쌀을 조금 떼서 손바닥에 굴려 동그랗게 만드는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정작 팥죽을 쒀놓으면 나는 잘 먹질 않았다. 지금도 별로 맛있는게 없는 입맛인데 어릴 때부터도 그랬었나보다. 무슨 맛으로 팥죽을 먹는지 특히나 찐덕거리는 새알이 더 먹기가 싫었다.
팥죽을 퍼놓고 먹어라 먹어라 해도 먹는둥마는둥 뺀질거리기만 했다.
그런데 내가 맛을 들인 새알은 따로 있었으니 그건 바로 큰 솥에서 차갑게 식은 새알옹심이였다.
호기심에 하나 건져 먹었는데 차가워져서 적당히 굳은 새알은 쫄깃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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