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01
소설은 등대와 등대지기가 있을 뿐인 남극 근처의 섬에 기상관인 내가 발을 딛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는 아일랜드에서 고아로 자라났고 공화국군에 투신하여 영국군과의 싸움에 임했다. 하지만 영국군의 철수 이후 아일랜드의 지도자들이 보인 모습은 나를 모순에 부딪치도록 만들었다. 나는 ‘폭력의 악순환이 난무하는 이 세상’에 남아 있지 않기로 결정하였고, 그렇게 외로워 보이는 이 섬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우리가 증오하는 사람들과 결코 멀리 떨어질 수 없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진정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 배에 오르는 순간 나는 이 냉엄한 진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관심을 둘만한 진리도 있고, 그냥 지나치는 것이 나은 것도 있다.” (p.5)
 하지만 섬의 유일한 주민인 등대지기 바티스 카포는 우호적인 사람이 아니다. 나와 스코틀랜드 선장이 등대를 찾아갔을 때 바티스 카포는 한동안 이름조차 대답하지 않았다. 전임 기상관이 어디 있느냐는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다고 대답할 뿐이다. 그리고 나를 섬에 남겨놓고 스코틀랜드 선장이 떠난 바로 그날 밤 내가 머물던 사택은 괴물의 습격으로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바티스를 여러 가지로 비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참기 힘든 것은 그가 들려준 이야기가 아니라 그의 말투였다. 그는 그 불행한 포르투갈 선원들의 운명을 소름끼치도록 냉정하게 들려주었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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