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나의 인생 시작과 끝

똑순이
똑순이 · 익어가고 있는 중년 입니다.
2023/03/24
 
결혼 하고 5개월 후 친정 아버지가 보내신 편지. 39년 전이다.
''김똑순양 은 김00군 을 남편으로 맞아 기쁠때나, 슬플때나, 건강할 때나,아플때나, 검은머리가 파뿌리 될때까지 아끼고 사랑할 것은 하나님 앞에 맹세 합니까??''

''예~~''

1985년 5월 19일 토요일 12시30분.

나는 목사님 앞에 서 있다.
 새 하얀 드레스를 입고 얼굴은 하얗게 입술은 빨갛게 눈 화장은 보라색 으로, 중국 경극에 나오는 사람처럼 화장을 하고, 머리에는 화환을 꼽고 손에는 분홍 장미가 쭉 늘어져 있는 이쁜 부케를 들고,하나님께 아플때도 사랑하고 지켜 주겠다 맹세를 했으니 나는 그 약속을 꼭 지켜야 만  했다.
내 사진
나는 가난한 집 장녀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는 몸이 허약 해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내가 아프면 아버지는 나를 업고 병원으로 뛰어 가셨다고 했다.
다 죽어가는 아이의 혈관을 찾을 수 없어서 의사 선생님이 목 에다 수액을 놓고 치료를 해서 살려오면 할아버지의 노여움이 크셨다고 했다.
손주가 아니고 손녀여서,그러셨다고 한다.
먹을 것도 없던 그 어려운 시절 딸을 살리려고 아버지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였다고 하신다.

친정 집 근처에 큰 냇가가 있다.
가뭄이 들어 냇가에 물 반 고기 반 일때 다른 사람들은 팔둑 만한 붕어를 잡으면 아버지는  어린 딸을 위해 미꾸라지 만 한 동이 잡아서 집에 가지고 와, 매일 불을 때고 남은 재 위에 석쇠를 얹어 미꾸라지를 구워서 먹이고  가난한 살림에도 어린이 영양제인 원기소를 사 주시고 염소목장에서 염소우유 를 새벽마다 배달 시켜서 먹였다고 한다.
유리병에 담긴 우유를 처음에는 잘 안 먹더니 나중에는 새벽에 일어나서 초롱 초롱 한 눈으로 우유를 기다렸다고 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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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병으로 조금 특별한 삶을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으며, 3명의 손주가 있는 할머니 입니다. 지금은 병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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