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아 캠프, 사라진 남편 - 튀르키예 여행스케치 3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3/05/24

호텔 옷장에 깜빡 두고 온 옷, 여권 잃어버리지 않은 게 어디야
참 신기했다. 집을 떠나니 몸 따라 마음도 집을 떠났다. 공간을 이동하니 그곳에서 보는 여행의 모든 것들이 마음을 흔들었다. 여행가기 전엔 거의 열흘이나 집을 떠나있다는 생각에 잘 안하던 냉장고 청소를 하고, 아들아이 혼자 밥 챙겨먹을 걸 생각해서 햇반과 씨리얼도 사놨다. 집안을 둘러보니 눈에 밟히는 게 한 둘이 아니었는데 막상 집을 떠나자 언제 내가 집 생각을 했나 싶었다. 오로지 내 옆엔 같이 여행하는 남편이 있고 즐겁고 재밌게 노는 일만이 우리가 해야 할 과제인 양 홀가분했다. 
   
인천공항에서 '사이좋아캠프'로 떠나기 전 - ©살구꽃
우리는 공항에서 캐리어를 짐칸으로 보내고 수화물 검사를 받으면서 비행기를 타기 전에 잠시 여유를 누리고 있었다. 천천히 공항내부를 구경하며 카페에서 차 한 잔 느긋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때, 남편 핸드폰이 울렸다. 딸이었다. 여행사에서 남편에게 연락이 안 되니 딸에게 전화를 했단다. 딸이 여행사에 예약하고 접수를 했던 터라 문제가 생겼다고 하니 딸은 아빠한테 다시 연락을 한 거다. 남편 캐리어에서 보조배터리가 나왔는데 그게 통과가 안 된단다. 들고 다니는 작은 배낭에 넣었으면 될 걸, 캐리어에 넣은 게 문제가 된 것이다. 우리는 왔던 길을 다시 가서 그 물건을  갖고 오느니 알아서 폐기해달라고 했다. 딸애가 챙겨 준거라 아깝고 아쉬웠지만, 더듬더듬 왔던 길을 되짚어 갔다가 다시 오는 게 시간도 걸리고 번거로워서 여행초반에 진을 빼고 싶지 않았다. 


여행 첫날, 거의 12시간 되는 비행시간으로 아주 녹초가 되다시피  너무 피곤해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나는 비몽사몽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움직이려면 밤에 잠을 자야하는데 일어나야할 새벽 5시까지 자다 깨다했다. 숙소는 거의 매번 바뀌지만 이틀을 묵는 날이 두 번 있었다. 그럴 땐 짐을 싸고 푸는 일이 없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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