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워진 욕실로부터 회피하지 않을 결심

웅보
웅보 · 비자발적 전업주부
2022/08/16
비자발적 전업주부의 우울 : 더러워진 욕실로부터 회피하지 않을 결심
   
   
방만하게 소모해버린 20대의 탓일까, 중구난방인 경력의 탓일까, 그도 아니면 코로나? 경제공황? 
   
이유가 무엇이든, 나는 비자발적 전업주부이다.
   
사실 그냥 백수가 아닌 것 만도 천만다행이다. 나와는 달리 착실히 일상을 채워온 동거인이자 애인께서 생계를 책임져주시는 덕에 전업주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 자존감이 완전히 소실되는 위기만은 피하고 있다.
   
하지만 우울감은 일상의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가 잠시 방심한 틈을 타 파고든다. 돈 한 푼 못 벌어오는 주제에 혼자 있는 집에서 에어컨을 튼다든지, 무계획적으로 끼니를 챙기다가 버려지는 식료품이 생긴다든지, 밥 하기 귀찮은 날 배달비 때문에 결국 좌절하고 만다든지. 전업주부의 고단함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내게 주어진 유일한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의 우울감은 자신을 무척이나 무기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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