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로를 켜는 곰 한 마리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2/12/13
겨울잠을 자는 것일까요. 한 겨울이 되면 유독 잠이 늘어나곤 합니다. 그리도 나를 괴롭히던 불면증은 어디로 가고, 겨울만 되면 왜 그리 하루종일 졸린 건지, '곰'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겨울잠'을 자는 '곰'이 되어가나봅니다. 한때 유행하던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말처럼, 곰이 되어 이불 속을 뒹굴거리다보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제일 힘이 들어요.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난방텐트 밖으로 기어나오고선, 집안에서 입김이 하얗게 번질 땐, 당혹스러우면서도 덜컥 겁이 나기도 합니다. 내가 집이 아니라 정말 산 속에라도 들어와 겨울잠을 자고 있던 것인지, 그리고 같이 지내는 강아지가 추위에 떨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면서요.

추워진 날씨에 눈을 뜨자마자 난로에 불을 지핍니다. 난로에서 열이 올라올 때까지 다시 이불 속을 유영하다가, 바깥 공기가 따뜻해질때쯤 다시 엉금엉금 기어나와 난로 앞에 자리를 잡아요. 강아지는 슬쩍 전기장판이 뜨끈하게 틀어진 이불 속으로 고이 담아주고, 적당히 차가운 공기와 난로의 열기 사이에서 멍하니 새어나간 정신들을 정렬시킵니다. 가끔은 그대로 다시 꾸벅 졸 때도 있지만요.

제주도는 아직 도시가스가 보편화되지 않은 지역입니다. 그래서 저도 매년 겨울마다 주유소에 보일러 기름을 넣어달라 연락을 하곤 했었어요. 그러다 작년, 한 달에 보일러 기름 한 드럼씩 사용하다가 난방비로만 50만원 넘게 지출하고 난 뒤부터 지극히 경제적인 이유로 겨울이 싫어지고, 여름이 좋아졌습니다. 차라리 에어컨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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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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