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소설] 얼룩말 포니
2023/09/17
전 안되겠어요. 떠나야겠습니다.
저는 제가 왜 이곳에 있어야만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있고자 하는 존재만 이곳에 있으면 됩니다.
나에게는 살 권리가 있는 것처럼 죽을 권리도 있을 터입니다.
저의 이러한 사고방식은 조금도 새로울 것이 없는 것이며, 지극히 당연한, 그야말로 프리미티브 한 것인데,
그저 이곳 친구들은 이상하게 두려워하며, 대놓고 입 밖에 꺼내지 않을 뿐입니다.
저는 탈출하고 싶어졌습니다. 속박을 벗어나고자, 아니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른바 나다운 삶을 가질 최소한의 길이라고 믿었습니다.
우리에 던져주는 간식 따위로 결코 만족할 수 없는, 늘 저 너머 사방으로 끝없이 바라보고 달려보아도 울타리 없는 곳에 제가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려면, 탈출하기 위해 힘을 길러야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