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안 변태 두꺼비와 매맞는 여성들 - 최명익, 「장삼이사」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12/13
193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 만주로 향하는 특급 열차. 출처-조선풍정(1939)


기차 안 변태 두꺼비와 매맞는 여성들 - 최명익, 「장삼이사」
   
「장삼이사」는 1940년대 들어 식민지 자본주의 점성의 농도가 점차 진해지는 양상과 스노비즘의 극단적 표현, 기차에 의해 신체를 결박당한 여성을 더욱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장삼이사」는 또한 기차가 연계하는 공간의 범위를 만주 북지로 확장하여 기차에 긴박된 제국 일본의 통치역(統治域)과 식민지 조선의 민족역(民族域) 사이의 균열을 보여주고 있다.

‘만주 북지’행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로 정거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객차 내부 역시 붐비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젊은이’의 실수로 “버릇대로 뱉던 가래침이 공교롭게도 나와 마주 앉은 중년 신사의 구두 콧등에 떨어”지는 일이 발생한다. 그러자 ‘중년 신사’는 “발작적 행동”을 일으킨다. 가래침을 떼어 내려고 “통로 바닥이 빠져라고 쾅쾅 뛰놀았다.” 이 같은 ‘중년 신사’의 행동 때문에 주변 사람 모두는 “飛沫(비말)”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어는 정도 “가래침”을 구두에서 떼어낸 ‘중년 사내’는 가방에서 “부드러운 휴지”를 꺼내 “구두코를 닦기 시작한다.” “중년 신사” 행동은 마치 “가래침”이 “더러워서 그런다기 보다 더러운 사람의 것이므로 더욱 그런다는 듯” 보인다. 기차 안의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고 코웃음 치며 ‘중년 신사’의 행동을 비웃기도 하고 한숨을 쉬며 못마땅한 기색을 표현하기도 한다. 몇몇은 “지리가미(휴지)”를 서로 주어가며 ‘중년 신사’의 행동을 모방하며 놀리기도 한다.
최명익, 「장삼이사」
하지만 그 ‘중년 신사’는 사람들이 자신을 놀리는지 마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두꺼비의 하품”만 하며 지루해한다. 게다가 ‘중년 신사’의 외모는 “어딘가 두꺼비 같은 인상...
강부원
강부원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172
팔로워 2.2K
팔로잉 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