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이문재 ㅣ 차이와 반복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4/08/04
 
 

내가 처음 읽은 들뢰즈 책은 << 차이와 반복 >> 이었다. 하지만 들뢰즈의 << 차이와 반복 >> 은 너무 어려워서 대가리 깨지는 줄 알았다. 입문 시작부터 너무 어려운 책을 고른 것이다. 다음 해, 읽은 책은 << 의미의 논리 >> 였는데 < 차이와 반복 > 보다 2배는 난해했다. 화딱지가 난 나는 이번에는 << 천 개의 고원 >> 을 읽기 시작했는데 << 의미의 논리 >> 보다 두 배는 더 어려웠다. 언빌리버블하구만. 결국 하는 수 없이 << 앙띠 외디푸스 >> 에 도전했는데, 맙소사 ! 들뢰즈 책 중에서 가장 어려웠다. 내가 내린 결론은 < 차이와 반복 > 이 그나마 가장 쉽다는 것이었다. 이문재 시인의 시 < 사막 > 을 읽었을 때 느닷없이, 번개처럼, 화들짝, 순식간에 들뢰즈가 떠올랐다. 

사막에
모래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모래와 모래 사이다.

사막에는
모래보다
모래와 모래 사이가 더 많다. 

모래와 모래 사이에
사이가 더 많아서
모래는 사막에 사는 것이다. 

오래된 일이다.

                                      ㅡ 사막 전문, 이문재 

사막은 모래로 구성된 군집체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사막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수없이 많은 모래가 모여서 만든 풍경이다. 거대한 사막이 주체라면 모래는 객체(客體)다. 동시에 개체(個體)다. 한줌의 모래는 낱개의 모래알 개체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 사막은 모래로 구성되었지만 모래는 모래알로 구성되어 있다. 이때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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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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