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봉오리

박일환
박일환 · 시인, 저술가, 국어사전 탐방자.
2024/06/10
교사 시절에 나팔꽃 피어 있던 골목길을 걸어 출근하던 풍경을 담아본 시와 거기 붙인 짧은 글입니다.

나팔꽃 봉오리 

아이들 가르치러 학교 가는 길 
번잡한 앞길 버리고 호젓한 뒷길로 간다. 
혼자 휘어드는 좁은 골목길 
담벼락에 나팔꽃 줄지어 피었는데 
활짝 열린 봉오리 속으로 
쏙 들어가 한숨 자고 싶다. 
등굣길 서두르는 아이들도 불러다 
봉오리마다 한 명씩 들어앉히고 싶다. 
순하게 몸을 말고 들어앉아 
잡스런 세상 말들 삭혀 내린 뒤 
작고 단단한 씨앗으로 맺혀 
세상아, 요 건방진 놈아 
소리치며 톡, 톡, 튀어나오고 싶다.
 
필자
   
*전에 다니던 학교에 뒷길이 있었습니다. 큰길보다는 뒷길을 선호하던 나는 전철역에서 내려 비탈진 뒷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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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등단하여 <귀를 접다> 등 몇 권의 시집을 냈으며, 에세이와 르포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의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면서 국어사전을 볼 때마다 너무 많은 오류를 발견해서 그런 문제점을 비판한 책을 여러 권 썼다. 영화와 문학의 관계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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