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논하면 어디가 덧나냐.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3/28
며칠 집을 비웠던 사이 못 보던 너무 한 그루가 작업실 입구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게 보였다. 그 나무엔 아직 우리집 마당엔 전혀 필 생각도 않는  꽃이라는 생물이 몇 송이 메달려 있어 오히려 주변의 휑한 겨울 같은 풍경이랑은 좀체 어울리지가 않았다.
꽃이 폈네. 무슨 꽃이지? 무슨 나무고?  
남편한테 물었더니 살구나무라 했다.
살구나무면 앞으로 많이 자라겠네.
근데 왜 저기 심었지?  집 들어가는입구엔 작고 낮은 나무를 심어야지. 아무 생각도 없이 나무를 심나. 

오늘은 아침 나가보니 저번 장날 사 온 포도나무와 다래나무가 작업실 현관 양쪽으로 심어져 있다. 그렇찮아도 저 나무들을 어디에 심을까 혼자 곰곰히 고민 있던 터였는데 그새 남편이 혼자 뚝딱 심어버리고 만 것이다. 부아가 치밀었다. 물론 내 맘에 드는 위치였다면 아무 문제는 없겠지. 하지만 내 안목으론 좀 더 건물에 붙여 심어야 적당할 것 같은데 너무 덩그러니 멀찍이 심어져 있다. 왜 나무를 심을 때 의논하거나 물어보지 않는걸까.
이왕 심었으니 어쩔 수 없지. 그냥 그렇게 넘어 갈 사람인가. 내가.
당장 뽑아서 옮겨 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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