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2018) 감상문

Orca
Orca · 제국에 관한 글쓰기
2024/03/24
하루키의 인물들은 “특별한 존재”로서 제시된다. 마이너리티라는 게 그들의 특별함이다. 
버닝에서 전종서는 유아인에게만 특별한 존재고, 관객을 포함한 다른 모든 사람은 그녀가 흔해빠진 정병녀라는 걸 알고 있다. 하루키의 인물들에서 느껴지는 “특별함”을 좋아하고 거기에 반하는 독자들은 버닝에서 유아인에 해당한다. 
이창동의 작업은 하루키를 반복하는 게 아니라, ‘조선에서의 하루키의 소비양태’를 재현하는 것이다. 특별한 인간, 무녀와 같은 하루키적 인물들이 있고, 그 인물들을 추종하는 X세대가 있고, 그런 하루키적 인물들을 그저 장기말로 생각하는 권력자들이 있다. 
하루키적 특별함의 구성요소: 성교, 신비(불러도 나오지 않는 고양이 및 다른 미스테리들, 유아인은 미스테리에 쫓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미스테리를 욕망하는 자다. 전종서를 사랑한다는 것은 미스테리를 사랑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것이기에), 무녀가 될 수 있는 젊은 여자, 춤과 음악(니체가 말하는 디오니소스적인 것), 종교(부시맨의 의례)
유아인이 스티븐에게 빼앗기는 것은 평범한 연인 전종서가 아니라, 전종서에게서 자기가 찾고자 하는, “하루키적 특별함”이다. 
하루키적 특별함은 자본주의의 권력과 쭉 친화적이었다. 전종서가 스티븐 연과 친화적이었던 것만큼. 창비주의자들이 하루키에 분개했던 가장 큰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이창동이 말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자본주의가 하루키적 특별함보다 우위에 있다. 이것은 맑스주의의 언어로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 
이창동에게 중요한 건 전종서의 의지나 주체성 같은 게 아니다. 조선인이 보는 하루키적으로 특별한 인물을 그리기 위해서는, 이창동처럼 의도적으로 그 인물의 의지나 주체성, 내면성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조선인은 예언자나 무녀의 진짜 의도, 진짜 주체성, 그들의 진짜 가치, 내면성 이딴 것에 아무 관심도 없다. “특별함”의 내용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특별함”을 주장했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너 뭐 됨?”을 시전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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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6년, 방공통제사 3년, 석사 생활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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