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조차 녹여내는 위대한 휴머니즘

유창선
유창선 인증된 계정 · 칼럼니스트
2024/04/10
- 호메로스, 『일리아스』


위대한 인본주의 서사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을 무대로 인본주의의 위대함을 표현한 서사시다. 주인공은 영웅 아킬레우스다. 그는 총사령관 아가멤논이 자신의 여자를 강제로 빼앗고 자신을 모욕한 데 격분하여 전투 참여를 거부한다. 대신 친구 파트로클로스에게 자신의 무구를 입혀 출전시키게 된다. 그런데 파트로클로스는 도망하는 트로이군을 추격하다가 결국 헥토르의 손에 죽고 만다.

친구의 전사 소식을 들은 아킬레우스는 큰 충격을 받고 슬픔을 가누지 못한다. 분노한 아킬레우스는 친구의 원수를 갚기 위해 전쟁터로 나간다. 아킬레우스는 트로이군을 성안으로 몰아넣는다. 이에 맞선 헥토르는 아버지 프리아모스 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성문 앞으로 나가 아킬레우스와 일전을 치른다. 결국 헥토르는 아킬레우스에게 죽고 만다.

아킬레우스의 복수는 헥토르를 죽인 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헥토르의 시체를 끌고 다니며 욕보였다.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에게 아들의 죽음은 엄청난 슬픔이었다.

프리아모스의 아내 헤카베는 위험하다고 울면서 만류했지만, 프리아모스는 아들의 시신을 찾으러 아킬레우스의 처소까지 찾아간다. 아킬레우스는 프리아모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런 그에게 프리아모스는 이렇게 애원했다.

“혼자 남아서 도성과 백성들을 지키던 헥토르도
조국을 위해 싸우다가 얼마 전에 그대의 손에 죽었소.
그래서 나는 그 애 때문에, 그대에게서 그 애를 돌려받고자
헤아릴 수 없는 몸값을 가지고 지금 아카이오이족의 함선들을
찾아온 것이오. 아킬레우스여! 신을 두려워 하고 그대의 아버지를
생각하여 나를 동정하시오. 나는 그 분보다 더 동정받아 마땅하오.
나는 세상의 어떤 사람도 차마 못한 짓을 하고 있지 않소!
내 자식들을 죽인 사람의 얼굴에 손을 내밀고 있으니 말이오.”


인간적인 연민이 만들어낸 극적 반전

이 호소는 아킬레우스로 하여금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통곡하고픈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그는 프리아모스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생각에 잠겨 프리아모스는 꺼이꺼...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30년 넘게 시사평론을 했습니다. 뇌종양 수술을 하고 긴 투병의 시간을 거친 이후로 인생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 문화예술과 인생에 대한 글쓰기도 많이 합니다. 서울신문, 아시아경제,아주경제,시사저널,주간한국, 여성신문,신동아,폴리뉴스에 칼럼 연재하고 있습니다.
215
팔로워 1.6K
팔로잉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