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k Me Anything

라이뷰

Ask Me Anything

왜 굳이 ‘출근길’ 이냐고요?

박경석
박경석 인증된 계정 · 어차피깨진꿈
2023/12/06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alookso 원은지




12월 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신 이날 오전 8시부터 혜화역 2번, 3번 출구 사이 개찰구 앞에서 ‘침묵 선전전’을 벌였습니다. 전장연 활동가가 침묵하는 내내, 그들 주위는 소란스러웠습니다. 경찰과 취재진,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개찰구 앞에서 엉켜 있었습니다. 멀리서 이 모습을 본 시민이 개찰구 앞으로 가기를 한참을 망설이다 경찰에게 물었습니다.

“지하철 이용할 수 있나요?”

역사 안에는 서울교통공사에서 튼 시위 알림 방송이 여러 차례 울렸습니다. “안내 말씀드립니다. 현재 혜화 역사 내에서 전국 장애인 차별 철폐 단체의 시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역사가 혼잡할 수 있으니 이 점 참고하시어 열차를 이용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출근길이었습니다. 승강장에서 개찰구로 올라오던 시민은 한숨을 푹 쉬거나 짜증 섞인 표정으로 경찰과 시위 현장을 번갈아 봤습니다. 경찰 100여 명이 시위대를 에워싸고 있었고, 시위대가 없는 반대편 출구까지 진압 방패를 든 경찰이 무리 지어 있었습니다. 취재진만큼 가까이 가지 않고는 시위대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전장연과 같이 온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경찰의 과도한 시위대 진압, 서울교통공사의 강제 퇴거 조처를 비판했습니다. 오전 8시 30분부터 혜화역 총책임자가 시위대의 퇴거를 요구해 전장연 측과 10분간 실랑이하기도 했습니다. 시위대는 결국 오전 8시 50분경 시위 현장을 떠났습니다. 경찰은 진압 방패로 전장연 활동가들을 둘러싸 나가는 길을 만들었고, 그들이 역사를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12월 1일 오전 8시 50분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혜화역 역사를 벗어나고 있다. alookso 원은지

출근길 지하철 시위 어떻게 생각하세요?

194명 참여 중
박경석

1명이 이야기 중


📌 왜 혜화역이야?


🧑‍💻 20대 혜화역 직장인 A 씨 
지하철 연착됐을 때, 역사 사무실 찾아가서 지각원을 끊어서 제출하는 것 번거로웠어요. 지각 사유를 제출하면 “그러게 네가 더 빨리 나왔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상급자가 있어서 눈치도 보였고요. 혜화역에 도착했을 때 시위 중이면 원래 나가던 출구 말고 다른 출구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럼 정말 화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왜 하필 혜화역일까? 궁금했어요.

🙋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1999년도에 혜화역 2번 출구에서 지하철 리프트 추락 사고가 있었어요. 당시 노들장애인야학 학생이었던 이규식(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씨가 추락한 사고입니다. 그 당시 서울시에서 리프트를 만드는 정책을 펴고 있었는데, 저희는 리프트의 위험성을 알리면서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했죠. 그 추락 사고 후에 민사 소송까지 했고요. 서울에서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생긴 역이 혜화입니다. 혜화역은 투쟁의 역사가 있는 곳이에요. 그래서 지금 혜화역 2번 출구 앞 바닥에 보면 팻말이 있어요. 이곳에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시작한 거죠.
혜화역 2번 출구 앞 '장애인 이동권 요구헌장'. alookso 원은지

📌 꼭 출근길이어야만 해?


 🧑‍💻 40대 혜화역 회사원 B 씨
처음에는 이해했는데 이게 왜 꼭 혜화역이어야 되는지 (모르겠고), 아침마다 이렇게 출근하는 시민들 볼모로 저들만의 주장을 펼치는 것도 좀 짜증이 나요.

🧑‍💻 20대 서울대학교병원 간호사 C 씨
우선 추운데 너무 고생하시는 것 같기는 한데 어떤 이해관계가 안 맞아서 이렇게 오래 끄는지 모르겠고, 사실 출근길을 방해 받는 직장인들이 너무 많다 보니 다른 쪽으로 더 잘 풀렸으면 좋겠어요.


🙋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게 된 건, 이동의 문제예요. 이동만이라도 좀 하고 싶다는 거예요. 이동해야 교육받을 수 있고 이동해야 노동도 하죠. 또 교육받아야 노동하고요. 이렇게 장애인이 지역에서 살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해야 시설이라는 곳에 가지 않을 수 있어요. ‘이동’이 먹고 사는 것과 연결되어 있는 거죠. 저희가 지하철에 탄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동권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게 핵심 요구였어요.

22년을 지하철 승강장에서 시위했어요. 그런데 이게 특별히 문제가 된 건, 시위 시간대를 ‘출근 시간’에 한 이후부터입니다. 그전까지 다들 장애인들이 시위하는 걸 모르고 지나갔죠. 약간의 단신 뉴스만 있었죠. 지금 이렇게까지 이야기가 크게 되고 있다는 건, 정치 권력이 얼마나 무도하게 이 문제를 다뤄왔는지 시민들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출근길 시위를 포기하라고 할 게 아니라, 장애인 권리를 무시한 무책임한 정치인에게 그런 정치는 포기하고 다른 정치를 하라고 이야기해야죠. 


📌 방식을 바꾸면 좋겠어

 
🧑‍💻 20대 서울대학교병원 간호사 C 씨
이렇게 역사 내에서는 안 하셨으면 좋겠는 마음도 있어요. 한 번은 지하철 정차했을 때 문이 열리자마자 지하철 승강장 틈에 누우셔서 몇 분간 열차가 정상 운행하지 못한 적이 있어요. 침묵 시위는 그것보다 훨씬 신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침묵 시위로 방식을 바꾼 이유가 있어요.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라고 이야기하는 이동권조차 풀리지 않는 이 문제에 대한 무관심, 정치권의 무책임, 이동권을 차별하는 비장애인의 인식이 변화하기를 원했는데 2021년부터 지하철 시위를 2년 동안 하면서 언론에서는 ‘시민이 불편하다’는 보도들이 계속 나가더라고요.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하려던 본질적인 이동권 문제 의식은 사라지고 그냥 ‘지하철 탔다, 안 탔다’ 이런 방식의 보도 행태를 보면서 침묵시위라는 변화를 통해서라도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싶었어요. 지금 2024년도 예산이 논의되고 있는데, 여야가 합의한 특별교통수단의 271억 만이라도 증액시켜서 통과될 수 있도록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변화한 거죠.

새로운 방식은 계속 찾고 있어요. 저희가 이동권 투쟁을 22년 동안 하면서 굉장히 다양한 방식의 목소리를 내고 행동도 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없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한다고 이 사회는 관심을 가질까? 생각하게 되죠. ‘왜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기 시작했냐?’ 그리고 ‘죄 없는 시민들 발목을 왜 잡냐?’ 이런 비난들이 있죠. 그런데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를 시민들이 인식조차 못 한다면 풀릴 수 있을까요?
 
이동권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정치 권력이죠.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법에서 다 보장한다고 하는데, 왜 보장되지 않을까요?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기본적인 권리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냥 비장애인들이 중심인 사회에서 이동권은 시혜적으로 던져주는 동정으로만 생각한 거죠. 그러니까 정치 권력이 어떤 결정을 할 때 관심 주제가 아닌 거예요.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되지 않는 이런 절벽 앞에서 외칠 수밖에 없던 거죠.
 
그런 외침을 포기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예요. 우리가 다른 방식을 택하냐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이 행동을 포기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죠. 비난을 많이 듣더라도 이 목소리만은 놓칠 수 없다는 마음으로 한 거예요. 우리가 욕을 먹더라도 정치 권력이 이동권 문제를 책임 있게 해결하려고 나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지금 정치권은 아무도 책임 있게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단지 이런 시위 방식만을 두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고, 누구처럼 “자기는 혐오라는 발언을 안 했다”고 하고, 오히려 혐오를 조장하는 거죠. 이런 현실에서 지하철 시위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포기할 수 없는 시민 불복종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예 그만할 수는 없어?

 
🧑‍💻 40대 혜화역 회사원 B 씨
아예 안 할 수 없나요? 역사 내든 위든 점점 반감이 생겨요. 처음에는 많이 이해 했거든요. 지하철 연착되는 것도 뭐 계속 이해하고 했는데 이게 점점 계속 지속되고 심해지는 것 같아요. 오늘 아침에 좀 더 유난히 심하게 (경찰과) 몸싸움까지 하는 것 같은데 이게 점점 그들을 이해하던 사람도 주변 얘기 들어보면 점점 마음이 멀어지는 것 같아요.

🧑‍💻 20대 혜화역 직장인 A 씨
이야기 들어보니까 경찰의 과잉 진압이 문제인 것 같아요. 경찰 버스 몇 대가 저희 회사까지 쭉 서 있더라고요. 만약 경찰이 혜화역 시위 현장에 아예 오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평화롭게 시위가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출근하는 직장인 입장에서 좋겠네요.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댓글에 직접 답해드립니다! alookso 원은지

🧑‍💻 혜화역 ‘출근러’들 처럼 질문해주세요! 
🧑‍💻 지하철 행동 멈추는 법, 전장연과 연대하는 법, 앞으로 활동 계획 등 모두 좋습니다. 

2023년 12월 6일부터 12월 8일(금요일) 23시 59분까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직접 답해 드립니다.    
5명의 질문자를 선정해 얼룩소 포인트 1만 원을 드려요. 
질문 선정자 발표 = 12월 7일~12월 11일 매일 오전 8시 출근 시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댜표입니다
1
팔로워 48
팔로잉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