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인간이 된다는 것-스탕달의 소설 ‘적과 흑’

유창선
유창선 인증된 계정 · 칼럼니스트
2023/11/23
세상을 혐오했지만 자신이 욕망 덩어리가 된 쥘리엥의 비극

스탕달의 소설 『적과 흑』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열정적이었던 쥘리엥 소렐의 야망과 사랑, 그리고 파멸을 그린 작품이다. 중심 줄거리는 출세하기 위해 사제가 되려는 꿈을 가진 쥘리엥과 두 여인의 사랑 얘기지만, 단순한 애정 소설은 아니다. 귀족 집안의 레날 부인, 그리고 마틸드와의 사랑은 신분 상승을 위한 쥘리엥의 욕망과 맞물려 있다.  

쥘리엥은 신분 차이를 넘어 마틸드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그때 예전에 사귀었던 레날 부인이 마틸드의 아버지인 후작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쥘리엥은 곤경에 처한다. 격분한 쥘리엥은 레날 부인을 찾아가 총을 쏘고, 결국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죽음을 눈 앞에 두고서야 쥘리엥은 자신이 가졌던 욕망에 대해 토로한다. 

“만일 내가 나 자신을 멸시한다면 내게 무엇이 남겠습니까? 나는 한때 야심에 차 있었지만 그 점에 대해 자책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때는 시대의 조류에 따라 행동했던 것입니다.”
사진=pexels

그의 욕망은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욕망이었다. 쥘리엥은 출세의 욕망을 가졌지만 귀족사회의 모습을 지켜보며 누구보다 혐오했던 인물이었다.  

“나는 진실을 사랑했다. …그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도처에 위선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협잡 뿐. 가장 덕망 높은 사람들에게도, 가장 위대한 인물들에게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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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시사평론을 했습니다. 뇌종양 수술을 하고 긴 투병의 시간을 거친 이후로 인생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 문화예술과 인생에 대한 글쓰기도 많이 합니다. 서울신문, 아시아경제,아주경제,시사저널,주간한국, 여성신문,신동아,폴리뉴스에 칼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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