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일 과 아침

조각집
조각집 · 밝고 긍정적이지 않아도 괜찮은 삶.
2023/02/17
  매번 출근길 버스 안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상상하는 것이 있다. 지극히 안전한 교통사고가 나길 바라는 마음. 그로 인해 다친 사람은 없지만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출근이 늦어질 수만 있다면 오늘 나의 행복을 기꺼이 쏟아부을 텐데! 하는 상상 말이다. 설마 나만 했던 상상은 아니겠지?

  내가 다니던 직장은 병원이었다. 행정부서에서 근무를 했는데, 입사 계기를 아무리 떠올려 봐도 근사한 계기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내가 가진 스펙으로 월 160만 원 정도 벌 수 있는 곳이면서 유니폼이 다른 병원보다 예뻤던 게 전부였던 것 같다. 10분만 일찍 일어나면 그날 하루가 너무나 여유로운 걸 알면서도 나는 8년째 정신없는 출근길에 내 체력을 고갈하곤 했다.

  일을 시작하고는 아침이라는 것이 너무나 무거웠다. 매우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었고 여전히 단잠 중인 나를 늘 정시 정각에 정직하게 괴롭혔다. 감은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리는 시간 10분, 빛의 속도로 화장을 하는 시간 10분 동안은 계속 '남자로 태어날 걸' 하고 중얼거리기 일쑤였다. 어제 입은 옷이지만 다우니 향이 얼추 남아있는 것 같아 다시 입는다. 그래도 양심상 겉옷은 다른 옷을 걸쳐 입고 실력이 늘지 않는 전력질주를 아침마다 하고 나면 아슬아슬하게 출근 등록을 한다. 

  주 업무로는 환자를 진료과에 접수도 하고 진료비 수납을 하기도 했다. 입퇴원 하는 환자들에겐 수속을 도왔고, 병원비를 청구하려는 고객에게 서류를 발급해 주기도 했다.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아닌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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