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가게의 우롱차를 좋아하세요? 14 -다시 ‘0’부터 증명하고 싶은 욕망

정민경
정민경 · 잡문 쓰는 사람.
2024/02/13
1. 이 연재의 끝이 보이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11장 이야기다.

연재가 생각보다 길어졌다. 이 연재를 하게 된 계기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 책을 하나의 포스팅으로 리뷰하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 장 한 장 재미있는 포인트들이 너무 많았고 또 하나의 장에 속한 이야기에 덧붙이고 싶은 내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어쩌면 ‘필사’와 같은 리뷰를 쓰고 있다.

나 역시 책 하나를 이렇게 길게 리뷰하는 것이 뭔 소용인가, 이건 일종의 필사가 아닌가? 생각하다가 필사책들도 있는 마당에 뭐 어때, 라며 다시 타이핑을 한다.



2. 11장 ‘해외에 나간다. 새로운 프런티어’라는 장은 어쩌면 다른 장보다는 쓱쓱 읽어나갔던 장이다. 이 장은 하루키가 어느 정도 소설가로서 이름을 알리고, 미국에 진출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아무래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 사람들은 꼭 소설가는 아니더라도 ‘직업으로서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일 테다. 그런데 11장의 이야기는 하루키가 이미 일본에서 성공한 소설가가 된 후의 이야기라서 좀 ‘남의 얘기’처럼 들린다. 미국에서까지 성공하는 이야기? 일단 자국에서부터 성공도 못했는데.. 하면서 위인전처럼 거리감을 두고 읽게 되는 장이긴 하다.

하루키가 처음 소설을 썼을 때라든가, 가게를 운영하며 주방에서 글을 쓰는 내용이 담겨있는 앞부분이 더 현실감 있게 읽힐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른 장보다는 좀 빠르게 읽어 나갔다. 그럼에도 이 장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하루키는 0에서부터 다시 증명해 보이려 했다


3. 하루키는 40대 초반, 일본에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소설가였다. 그러나 미국으로 가 ‘다시 처음부터 쌓는 마음’으로 자신의 소설을 알렸던 때를 회상한다. 미국 ‘고단샤 인터내셔널’을 통해 작품들을 번역하고, 미국 번역가와 출판 관계자들과 관계를 쌓고, 하루키가 좋아했던 매체인 ‘뉴요커’에 연재를 하게 되는 등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시 일본에서 하루키가 성장하지 못하거나 길이 막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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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콘텐츠 이야기 쓰는 기자. 휴직 중 에세이를 쓰고 있다. 무언갈 읽고 있는 상태가 가장 편안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왜 좋아하는지 잘 쓰는 사람이고 싶다. 이메일 min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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