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쇼팽 콩쿠르 우승자' 윤디 리

허명현
허명현 인증된 계정 · 공연장에 있는 사람
2023/04/06
2000년에 열린 제14회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15년만에 우승자가 등장한다. 심사위원 만장일치의 우승자일 뿐만 아니라, 역대 최연소 우승자 타이틀까지 거머쥔다. 바로 18세의 윤디 리다.

그의 쇼팽 콩쿠르 영상을 보면 우승을 납득할 수 밖에 없다.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를 연주하는 그의 터치는 빛나기까지 한다. 거기에 미남자이기까지한 윤디 리는 더욱 빠르게 주목 받기 시작했고,  그가 발매한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나 베를린 필하모닉과 녹음한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최고의 결과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야말로 윤디 리의 시대가 열렸다. 그런데 그런 윤디 리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제 14회 쇼팽 콩쿠르, 윤디 리의 연주
https://www.youtube.com/watch?v=6N8VBYNF2LA

이유는 찾기 쉬웠다. 앞선 가브릴로프의 몰락처럼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는게 아니었다. 윤디 리의 몰락 이유는 전형적인 자기관리 실패다. 연습을 뒤로 하고, 유명세에만 기대 활동을 이어 갔다. 유명세에 따라오는 달콤한 유혹들에 쉽게 빠져들었다. 윤디 리는 쇼팽 콩쿠르 우승으로 얻었던 미디어의 관심을 동력 삼아, 기계적으로 연주활동을 이어갈 뿐이었다. 처음 몇년은 자신의 재주로 미세한 균열을 가릴 수 있었겠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연주가 전혀 컨트롤이 되지 않는 지경까지 와버렸다.

내가 목격한 추락의 시작, 2012년 10월 베토벤 피아노 리사이틀

내가 직접 느꼈던 건 2012년 베토벤 리사이틀때 부터다. 베토벤 음반 발매기념으로 한국에 찾은 윤디는 프로그램으로 베토벤 소나타 8번 ‘비창’, 14번 ‘월광’, 23번 ‘열정’을 골랐다.
윤디 리 피아노 연주 사진

여기서 미세한 균열을 넘어, 심각한 붕괴의 징조를 느꼈다. 음악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로 잦은 미스터치와, 기승전결조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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