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단편소설] 넷크로맨서(3)
2023/04/17
3.
드레이크는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아이와 별로 가까이할 일 자체가 없었다.
그래도 아이 하나 길어야 두어 시간 태워주고 기름 20리터를 얻는다면 굳이 마다할 일도 아니었다. 어차피 서울에도 한 번 들러야 하는데, 혼자 가는 것보다는 어쨌든 여럿이 가는 편이 안전하다.
한국은 이제 서울을 제외하면 경찰이나 군대 같은 공권력의 힘이 거의 미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서울 밖을 나돌아다니면 항상 습격을 받을 위험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서울이 딱히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가끔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미친놈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약탈자들은 혼자나 소규모로 다니는 사람을 목표로 삼는다. 전리품은 좀 적더라도 약탈자 입장에서도 그만큼 위험이 줄어드니까.
결국 모든 것은 균형의 문제다. 뭉쳐서 가면 약탈자들에게 발견될 위험이 커진다. 하지만 그만큼 습격당할 위험은 줄어든다. 나머지는 운이었다.
열 살이라는 남자아이는 처음에는 쭈뼛쭈뼛 드레이크 차에 탔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이내 차 안을 두리번거리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가만히 앉아 있어.”
드레이크는 뒷좌석을 접어 차에 수많은 짐을 쌓아놓았다. 아이가 짐을 이리저리 뒤적이자 드레이크가 한마디 했다. 역시 애를 괜히 태웠나 후회하고 있는데, 아이가 물었다.
“아저씨, 진짜 용병이에요?”
운전 중인 드레이크는 고개를 돌려 아이를 한 번 바라보고는 다시 앞을 봤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아이에게 되물었다.
“너 용병이 뭔지는 알아?”
“알죠. 서울 같은 메가시티에서 돈만 주면 무슨 일이든 하는 사람이잖아요.”
“무슨 일이 무슨 일인데?”
“그런 거 있잖아요. 사람들 많은 데서는 하기 힘든 거.”
“그러니까, 예를 들면?”
“뭐, 누구를 신나게 두들겨 패 준다거나. 남의 걸 몰래 슬쩍한다거나. 아니면 누구를 죽인다거나. 그런 거요. 아! 아저씨 혹시 넷크로맨서라고 들어봤어요? 인터넷과 네크로맨서를 합친 말인데, 용병 중에는 해킹으로 상대의 사이버웨어를 장악하는 용병이 있데요...